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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이달 말 美로 떠나는 양정철 "I'm still free"…文 퇴임 후 역할 고민하나

등록 2021.01.07 17:31

수정 2021.01.07 17:42

[취재후 Talk] 이달 말 美로 떠나는 양정철 'I'm still free'…文 퇴임 후 역할 고민하나

/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문재인의 남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미국 싱크탱크 선임연구원 자격으로 이달 말 한국을 떠난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측근'이란 타이틀에 갇혀 뉴질랜드, 호주 등 타지를 떠돌았던 그가 다시 출국길에 오르는 것이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1등 공신'이란 타이틀을 갖고도 스스로 '음지'를 선택해왔다. 2017년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 땐 임종석 전 서울시 부시장에게 비서실장 자리를 내주고, 부실장에 앉았다.

정권이 들어선 뒤 청와대행이 유력해 보였지만 이를 고사하고 외국으로 떠났다. 이후 여러 차례 청와대 참모 기용이나, 요직 발탁설이 제기됐을 때도 "잊혀질 권리"를 언급하며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후 문 대통령 임기 중반 주요 성적표가 될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데 당 싱크탱크 수장으로 역할을 했을 뿐이다.

양 전 원장은 후보 캠프 시절 측근을 통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때 누군가는 배에서 내려 대륙을 탐사해야 하지만, 누군가는 실패에 대비해 배에 남아야 한다. 나는 남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과 윤건영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십자가를 진 운명이다."

■ 산타마리아호에 남은 유일한 사람…비서실장도 고사

3철 중 한 명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됐고, 윤건영 의원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거쳐 국회에 입성했다. 컬럼버스 선장이 이끈 산타마리아호에서 하차한 것이다.

정치판을 떠나 부산에 머무는 이호철 전 수석을 제외하고는, 문 대통령 임기 말인 지금 양 전 원장만 남은 셈이다.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민정수석실의 친인척 관리인으로 분류돼 동향 보고를 당하는 고충을 겪고 있음에도 말이다.

이랬던 그이기에 최근 청와대 비서실장 하마평은 조금 남달랐을 터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아 명예로운 퇴임을 관리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주변에선 "이제는 욕심 좀 내도 되지 않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노영민 전 실장 후임으로 양 전 원장은 유력 거론됐었다. 친문 의원들 사이에서도 양 전 원장이 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두달 전인 작년 11월, 노 전 실장에게 비서실장직 고사 뜻을 전했다고 한다.

■ "I'm still free, I'm still happy"…文 퇴임 후 역할 고민

"나는 여전히 자유롭고, 여전히 행복하다." 양 전 원장이 전한 1월 1일 새해 소회다. 전날은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6일 뒤 미국행이 알려졌다.

양 전 원장을 잘 아는 친문 의원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양 전 원장 본인은 선의이고, 정권에 부담이 안 되게 하려고 그랬을 것"이라며 "권력을 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실제하고 안 맞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양 전 원장도 이번엔 내심 기대를 했던 것으로 안다. 본인도 아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양 전 원장의 출타는 그러나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문 의원은 "양 전 원장이 문 대통령 퇴임 이후 대통령이 쌓은 여러 가지 것들을 지속시키는 작업을 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소위 문재인 시대 때 사회에 보여진 '정신'에 대해 책을 내는 등 정리하는 작업을 양 전 원장이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양 전 원장의 복귀 시점이다. 퇴임 후 청사진을 그리기에 앞서, 내년 대선 때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다시 힘을 보탤지 여부 말이다. 2012년부터 무려 9년여를 킹메이킹에 쏟은 그에겐 누가 차기로 나서야 하는 지, 이미 속으론 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는 언젠가 이렇게 답했었다. "이제 선거 안 해!" 과연 뜻대로 될까.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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