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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대통령님, 정말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갈라졌습니까?

등록 2021.01.08 15:20

수정 2021.01.08 16:19

[취재후 Talk] 대통령님, 정말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갈라졌습니까?

/ 청와대 제공

대통령의 언행은 무게감이 남다릅니다.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뿐"이라고 했던 취임사는 대공황에 지친 미국민들에게 희망의 에너지를 줬습니다. 영국 처칠 총리는 나치가 전유럽을 집어삼킬 것 같은 암흑의 시기에 "내가 바칠 것은 피와 땀과 눈물뿐"이라고 말해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북돋웠죠.

새삼 2차 대전 당시 외국 지도자의 연설을 복기한 이유는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인사회 발언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통합'을 언급하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암시한 것'이란 해설성 기사가 잇따랐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어디에 사면 글자가 있느냐, 확대해석 말라"고 거리를 뒀습니다.

물론 청와대의 설명처럼 사면과는 거리가 먼 발언일수도 있겠죠. 설령 그렇다해도 발언 시점이 너무 미묘합니다. 국민 모두가 집권여당 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한 사면 발언이었다면, 청와대 참모진의 센스 부족을 탓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우선, 논란의 발언 보고 오실까요?

文 대통령 : "새해는 '통합의 해' 입니다. 코로나를 통해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절감했습니다"

■ 생뚱맞은 '코로나'와 '통합'의 연결고리 

대통령은 새해를 '통합의 해'로 규정하면서, 코로나를 끌고 왔습니다. 여기에 청와대는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하는 상황, 향후 백신을 먼저 맞게 되는 사람과 나중에 맞게 되는 사람의 갈등을 염두에 둔 '코로나 발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이 또한 여러 의문을 갖게 합니다.

3차 재난지원금을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에게만 준다고 해서 집단행동이 벌어지거나 사회적 갈등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많겠지만, 이런 문제로 우리 사회가 갈등과 분열에 빠질 정도로 미성숙하진 않기 때문이죠.

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와 노인 등 상대적 면역약자와 희생을 마다않다 스러져가는 의료진에게 먼저 백신이 돌아가도록 하는데 반대하고 '갈등'을 조장할 국민은 없다고 저는 감히 확신합니다.

 

[취재후 Talk] 대통령님, 정말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갈라졌습니까?
/ 청와대 제공


■ K-방역 성과 '인정'이 통합으로 가는 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 보죠.

文 대통령 : "더 중요한 건 마음의 통합입니다. 우리가 코로나에 맞서 기울인 노력을 서로 존중하고, 우리가 이룬 성과를 함께 인정하고 자부하며 더 큰 발전의 계기로 삼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통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통합'의 전제로 든 건 바로 'K-방역의 성과를 인정하자' 입니다. 물론 K방역이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올들어 확진자가 폭증했고,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 등으로 마냥 자부심만 가질 때는 아니란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락가락한 영업제한 조치로 '헬스장'과 '태권도장', '노래방'과 '유흥업소' 간에 갈등을 불러온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큽니다. '상대적 박탈감', '형평성' 논란이 끝내 집단행동으로 비화하자, 방역당국은 지난 6일에서야 보완책 마련에 들어갔지요.

■ 통합의 걸림돌은 추미애 사태·입법 독재 논란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30일, 이례적으로 하루에 3차례나 브리핑을 자청했습니다. 오전 11시 10분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 오후 2시 박범계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 오후 3시 노영민 비서실장 등 참모진 집단사의 표명 발표였습니다.

청와대가 종일 분주하게 움직인 건 '추미애 개각'에 쏠리는 관심을 줄이려는 의도였단 분석이 나옵니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새해 첫 날 조간 신문에 추미애 이름 석자를 빼야 했다. 묵은 리스크를 털고 가야 했다"고 귀띔했습니다.

결국 '사면 논란'을 자초한 건 문 대통령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합'을 새해 화두로 던지면서 '코로나'를 끌고 올 게 아니라,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을 오래 내버려둔 것,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며 야당으로부터 '입법 독재' 반발을 산 것 등에 대해 언급했다면 평가는 달랐을 겁니다.

 

[취재후 Talk] 대통령님, 정말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갈라졌습니까?
/ 청와대 제공


■ 대통령님, 17년 5월 10일 기억하시나요?

이번 통합 발언이 언론의 주목을 끈 이유는 또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통합'을 언제 어디서 말했나 싶어 연설자료를 일일이 열어봤습니다.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더 놀랐습니다.

종교계 간담회를 제외하고 대통령이 가장 확실하게 '통합'을 언급한 날은 지난 2017년 5월 10일이었습니다. 그날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입니다.

文 대통령 : "이 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작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조만간 있을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묵직한 입장 표명을 기대합니다. / 김보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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