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불효자는 뺍니다

등록 2021.01.08 21:51

수정 2021.01.08 21:55

겨울밤, 시인이 아들과 한 이불을 덮고 자는데, 아이가 이불을 돌돌 감고 저만치 가버립니다. 이불을 잃어버린 시인은 선잠을 자며 아버지 꿈을 꿉니다. 꿈에서 아버지 이불을 빼앗아 칭칭 몸에 감고 잡니다.

"아버지는 혼자 아버지를 덮고 주무신다. 아버지라는 이름이 추우신지 몸을 웅크리고, 가끔 마른 기침을 하신다."

덮고 자던 이불을 아들에게 뺏기고도 아무 말 못하는 아버지. 아들은 아버지가 돼서야 아버지 마음을 알게 됩니다. 그 춥고 속 깊은 고독을 체감합니다. 예전에 행정수도 이전 지역이 발표되면서 땅값이 오른 어느 시골에 갑자기 효자가 늘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마을 이장은 "명절에나 오던 자식들이 틈만 나면 손주 손 잡고 오는 경우가 세 집 건너 하나" 라고 했습니다. 부모들은 그 속내를 훤히 알면서도 싫은 기색이 없다고 했지요. 

요즘 세상에서 돈과 자식 사랑과 효도의 삼각함수는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돈이 있어야 부모 대접도 받는다" "자식 손주 자주 보려면 죽을 때까지 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은, 푸념이 아니라 상식이 됐습니다. 재산을 일찍 물려줬다가 학대를 당한 사연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불효자는 상속을 받을 수 없게 하는 민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됩니다.

부모가 생전에 불효자의 상속권을 없애달라고 소송을 낼 수 있고. 돌아간 뒤에도 다른 유족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불효자를 용서한다는 유언을 남기면 상속권이 인정되는 '용서 제도'도 도입됩니다. 숨진 가수 구하라씨처럼 부모가 상속인이 되는 경우, 양육 의무를 다했는지도 법정에서 따질 수 있게 됩니다.

인륜을 법의 잣대로 판단하고 강제하는 사회가 결코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효도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와 법조계에 커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불효자 방지법'들이 꾸준히 발의됐다 사라지곤 했지만, 이번에는 입법의 문턱을 넘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쓸쓸하고 허전한 부모님들 마음이 채워지겠습니까. 옛말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했습니다. 자식 사랑 가없다 해도 영원한 짝사랑인가 봅니다.

1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불효자는 뺍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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