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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문재인의 마지막 약속

등록 2021.01.10 19:46

수정 2021.01.10 20:04

"제가 온전치 못한 모습입니다만, 이 자리에 다시 서고 보니 의회의 절차와 관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입니다. 눈가엔 수술 흔적이 보이는데, 뇌종양 수술을 받고도 이렇게 일주일만에 워싱턴 의회 연단에 섰습니다. 돌아오겠다는 동료의원과의 약속, 그리고 법안처리에 참여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뒤 매케인은 1년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일 신년사를 통해 임기 중 마지막이 될 국민과의 약속을 합니다. 지난주엔 올해가 통합의 해, 회복의 해가 될 거라고 했는데, 취임사에서의 첫 약속 역시 통합이었습니다.

문재인 취임사
"저는 감히 약속 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 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통합의 약속, 문 대통령은 지켰을까요. 국민을 대립과 분열, 그리고 분노와 증오로 몰아간 건 누구였는지.. 내일 신년사에서 통합을 말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2020년 1월 14일
"조국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2020년 12월 15일 수보회의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조국 사태, 추-윤 갈등이라는 초유의 갈등 국면에서도 문 대통령은 통합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3년 간의 신년 약속은 또 어땠을까요.

문재인 / 2018년 신년사
"젠더폭력을 추방해야 합니다"

하지만, 3개월 뒤 안희정 미투 폭로가 나왔고, 지난해엔 박원순 오거돈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 2019년 신년사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열망했습니다"

그 해 여름엔 조국 사태로 우리는, 대한민국이 공정하지 않다는 데 분노하고, 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문재인/ 2020년 신년사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무엇보다 지키지 못한 부동산 약속은 우리의 삶과 희망 자체를 무너뜨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문재인/ 2020년 신년사
"전쟁의 먹구름이 물러가고 평화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해상을 표류하던 우리 국민을 무참하게 사살했습니다. 문재인식 평화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평화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협치를 약속하고도 정부 여당은 지난 정기국회 내내 유례 없는 입법 독주를 했고, 야당의 반대에도 스물 여섯명의 장관급 인사를 임명해 버렸습니다.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 가지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중에서도 초심이 가장 중요한데, '초심'에서 '열심'이 나오고 '초심'을 잃지 않아야 '뒷심'이 나온다고 합니다. 레임덕 위기를 맞고 있는 문 대통령이 통합이라는 약속을 다시 꺼내 든 게 부디 그 초심을 되찾기 위해서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문재인의 마지막 약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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