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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파란장미' 서약 운동, 창시자는 손혜원?…10여 명 동참에 그친 이유

등록 2021.01.13 16:56

수정 2021.01.13 17:27

민주당 의원들이 줄줄이 삭제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서약서'의 시작은 민주당에선 황운하 의원이었다.

황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시민단체에서 수사·기소 분리 입법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맙고 바람직한 일"이라며 본인이 서명한 서약서 사진을 공개했다. 종이 왼쪽 상단엔 파란 장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바로 '파란 장미 시민행동'이다.

■ 순수 시민단체?…'파란장미' 시작은 손혜원

황 의원 말처럼 자발적 시민 참여 단체일까. 창설은 2년 전 한 진보 유튜버가 했다. 친여 유튜브 '최인호TV'는 "조국의 꿈은 우리 꿈이다. 백만 송이 파란 장미가 돼 조국의 꿈, 우리의 꿈,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며 출범을 알렸다.

첫 세리머니는 조국 전 장관 검찰 조사 때 파란 장미를 들고 응원을 간 일이었다. 지지자들이 저마다 파란 장미 한 송이씩을 들고 출두하는 조 전 장관에게 힘내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번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서약서' 같은 차원의 국회의원 압박 운동은 2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공수처법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의원 개인 전화와 의원실 연락, 문자 폭탄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냈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 같은 방법을 처음 고안해 낸 사람은 손혜원 전 의원이었다.

<2019년 11월 2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출연 내용 중>

○ 손혜원 당시 의원 :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대화에서 간곡하게 부탁하더라고요. 국민들이 도와달라, 공수처법 통과를 도와달라. … 사람들이 마음만 있지 어떻게 해야 되는 지를 모르잖아요. 그래서 제가 (국회의원) 한 명 한 명 체크해서, 국민들이 전화를 해서 찬성할 거냐 반대할거냐 하자 했더니 미시USA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걸 시작했어요.

◎ 김어준 : 의원님이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한테 공수처법 찬성하냐 물어봐서 '아, 이 의원은 찬성합니다' 명단을 공개하는 아이디어 냈는데.

○ 손 의원 : 미시USA가 시작을 했어요. 11월 23일에 찬성 146명 유보 33명 반대 70명이 왔는데 제일 중요한 건 유보거든요. … 뭘 하려고 하냐면 표결 되기 며칠 전부터 매일 같이 1면에 광고를 내자 그랬어요.

◎ 김어준 : 전화해서 나는 찬성하겠다고 밝힌 사람들의 명단을 매일 매일 낸다?

○ 손 의원 : 제가 시안을 만들어왔어요. 우리 또 보여줘야 되잖아요?


 

[취재후 Talk] '파란장미' 서약 운동, 창시자는 손혜원?…10여 명 동참에 그친 이유
/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손 의원은 문자 폭탄, 전화 폭탄을 통해 받아낸 입장들로 명단을 만들어 신문 광고를 내겠다고 했다. 이어 최인호TV와 서약서가 등장한다. 

◎ 김어준 : 이거 의원님 아이디어죠? 의원님다운 아이디어에요. 언제 시작하십니까?

○ 손 의원 : 날짜 점지해주면 그날부터 할게요. 12월 3일 아침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합니다.

◎ 김어준 : (국회의원들) 말 못 바꾸게 녹음을 하든….

○ 손 의원 : 그래서 최인호TV에선 서약서를 받게 하려고 해요. 의원들은 이게 서약서까지 쓸 일이냐 반발하기도 하는데.

◎ 김어준 : '내 말 안믿어?'라고 할 건데 녹취라도 해야 '이 사람은 약속 어겼습니다' 할 거 아니에요.


당시에는 서약서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신문 광고도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해찬, 민병두, 박주민 등 의원 146명의 찬성 답변을 이끌면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손 전 의원은 "자기 지역구에 전화를 걸라"고 독려했다. 

◎ 김어준 : 이걸 보는 시청자는 뭘해야 합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 손 의원 : 지역 사무실에 전화를 거세요. 자기 지역에.

◎ 김어준 : '의원님, 당연히 찬성하실 줄 알았는데 이름이 유보에 올라갔네요? 그쪽이 잘못 안거죠?' 이렇게.

○ 손 의원 : 대구 사는 분이시면 곽상도 전화해서 '검사 출신이라고 반대합니까?'라고.

◎ 김어준 : 이 쪽은 넘어오긴 어려운 라인이긴 한데.

○ 손 의원 :넘어오긴 뭘 넘어와. 약올리는 거지 열받게 하는 거지. (웃음) 칭찬하기도 하고, 선거가 얼마 안남았으니.


손 전 의원의 '지령 방안'은 이번 검찰개혁 서약서에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최인호TV는 행동요령이라며 1차 연락 대상자로 꼽은 국회의원 명단과 휴대전화 번호를 올렸다. 서명된 서약서는 메일로 받고, 의원 개인 SNS 계정에도 올리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따른 것이 최강욱, 김남국, 김용민, 황운하 의원 등인 것이다.

■ "문자 폭탄은 양념" 감쌌던 文 대통령…지금은 다르다?

하지만 이번엔 막을 빨리 내렸다. 김용민 의원 등이 "의원들을 갈라치기 한다"며 서약서를 스스로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찬성하지 않은 의원들을 좌표 찍고 욕설과 비난 등을 쏟아냈었다.

이낙연 대표 등 당 차원에서 이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있었다는 말도 들린다.

문 대통령은 당 대선 후보 결정 직후 극성 지지자들의 18원 후원금 , 문자 폭탄, 상대 후보 비방 댓글 등에 대해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며 감쌌다가 논란을 빚었다.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앞으로 이 같은 조직적 움직임은 더 크게 구현될지도,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이번 서약서에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찰개혁'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문 대통령에게만 국한된 활동이었을 지,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또 다른 이를 위해 지령이 내려질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이번 서약서 운동이 고작 10여 명의 동참을 얻어낸 것에 그친 것은 주목해 볼 만할 일이다.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는 뜻일 지도 모르겠다.

최인호TV는 12일 "우리의 간절함과 열정은 검찰개혁을 공언한 여러분 의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이렇게 크게 시끄러워지고, 뜨거워지게 만든 것으로 작전 목표를 완벽히 달성했다"고 자평하며 서둘러 일(?)을 마무리했다.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온도를 감지한 걸까. 손 전 의원도 없고, 이들을 감싸줄 차기 권력도 아직 잘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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