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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단일화가 촉발한 때 아닌 '안잘알' 논쟁

등록 2021.01.15 16:35

수정 2021.01.15 16:37

[취재후 Talk] 단일화가 촉발한 때 아닌 '안잘알' 논쟁

/ 연합뉴스

"'안잘알'이라고 자처하는 그분의 제 버릇이 또 도졌다, 이렇게 보고있는데요…사실은 '안잘알'이라 할 수 없고"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 오늘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中)

정치권에 '안잘알' 논쟁이 뜨겁습니다. '안잘알'은 '안철수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의 줄임말입니다. 잘알(잘 안다)/잘알못(잘 알지 못 한다)과 같은 신조어에서 파생된 말이죠.

■ 자칭 '안잘알'들이 본 안철수는?

권 원내대표가 지목한 '안잘알 자처하는 분'은 장진영 변호사입니다. 장 변호사는 옛 국민의당(바른정당과 합당 전)에서 최고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국민의힘에서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장 변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관찰법'. '안철수가 변했을까' 등의 글을 통해 안 대표의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연일 비판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당대표와 함께 일해 본 결과, 그의 소통능력이나 소통방법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날선 비판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과거 '안철수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도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지난 8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였는데요. 금 전 의원은 "좋은 정치를 선보일 기회도 많았고 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이 그런 대의를 도왔는데 지금 보면 항상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창당 작업에 함께 했던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도 "안동설(安動說)"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우주는 안철수를 중심으로 돈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인데요. 지 원장은 "과거 민주당 시절에는 그렇게 보수에게 나라 못맡긴다고 독기서리게 발언하시더니 지금은 거꾸로"라며 "이 기적의 논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지)?"라고 덧붙였습니다.

그야 말로 안철수 대표와 일해봤거나, 인연이 있는 분들은 다들 한 마디씩 하고 나선 건데요. 대체적으로 정치 지형과 구도를 너무 본인 위주로 생각한다,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입니다.

■ 안잘알 중의 안잘알은 김종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자타공인 대표적인 '안잘알'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김 위원장은 사석에서 안 대표를 저평가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법륜 스님과 함께 안 대표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담당했다고 하는데요, 김 위원장은 2012년 총선에 출마할 것을 안 대표에게 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시 '나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하네요.

그러더니 갑자기 안 대표가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겠다고 했답니다. 김 위원장이 물었더니 '서울시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라는 논리를 피력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놀랐다고 혀를 찼습니다. 아시다시피 서울시장은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유권자의 선택으로 선출되는 자리이고, 100명 넘는 시의원들을 상대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두 번째는 안 대표가 상의 없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불출마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양보'한 일입니다. 당시 자신과 전혀 상의하지 않고 이같은 일을 결정했다는 것이죠. 멘토 중 한 명이었던 윤여준 전 장관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반대"가 서울시장 불출마 원인이라고 안 대표에게 전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기억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김 위원장은 늘 안 대표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그 사람은 안 돼"라고 잘라 말한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는 한 의원은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얘기해서 놀랐다"고 했습니다.

■ 안잘알의 편견일까? 극복하는 건 안철수의 숙제

"누군가는 안철수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합니다. 단일화, 반드시 해내겠습니다…피가 모자란다고 하시면 피를 뽑고, 눈물이 부족하다고 하시면 눈물도 짜내겠습니다"

안철수 대표의 14일 최고위원회 발언 일부입니다.

안 대표는 이날 "정치를 함께 하지 않았고, 저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까지 나서서 근거 없는 비판을 한다"면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독해진 발언에 '독철수'가 돌아왔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태규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를 통해 서울시장 보선을 이기고 정권 교체 교두보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인데, 왜 왜곡하고 비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물론 '안잘알' 중 호의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창당 때 함께 했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오늘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인은 누구나 진화한다"면서 "'안초딩이다' 이런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대딩 정도는 됐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하 의원은 "성장한 안철수를 저는 좀 가까이에서 봤기 때문에 이제 어느 정도 인정을 하고 있다"면서 "(총선 이후) 안 대표를 좀 잘 못 본 분들은 과거에 좀 어쨌든 잘못하거나 미숙한 부분들 기억이 강한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마디로 안 대표가 많이 달라졌는데, 다들 예전 기억만 가지고 비판하는 건 너무 과하다는 것이죠.

'안잘알'들의 비판이 편견일 뿐이라고 입증하는 것은 결국 안 대표의 숙제로 남았습니다.

야권 단일화를 놓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샅바 싸움은 갈 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흠집내기라 하더라도,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지나치게 안 대표를 깎아내린다면,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안 대표가 국민의힘을 기꺼이 도울 수 있을까요. 안 대표의 지지층은 그런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을까요. 거꾸로 안 대표가 단일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다시 안 대표를 '우리 야권 후보'라고 유권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과거보단 미래를 향한 방향으로 논쟁이 이뤄지길 기대해봅니다. / 김수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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