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빗나간 일편단심

등록 2021.01.15 21:48

수정 2021.01.15 21:54

시인이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흰둥이를 어머니가 내다 팔겠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약값을 대기 위해서였지요. 소년은 그날 밤 흰둥이의 목줄을 풀어줬습니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그런데 이튿날 아침 흰둥이는 돌아와 있었습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며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소년을 돌아봤습니다. "꿩 잡는 게 매"이듯, 도둑 잡는 게 개입니다. 그런데 옛 민요는 개더러 짖지 말라고 합니다. 

"개야 개야 검둥개야… 오동추야 달 밝은데 슬금 살짝 오신 님을… 멍멍멍멍 짖지를 마라"

2006년 '바다 이야기'가 도박 광풍을 일으키며 권력형 비리의혹으로 번지자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도둑을 맞으려니 개도 안 짖더라"고. 권력 내부에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고백이었지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최재형 감사원장을 겨냥해 "집 지키라고 했더니 주인 행세 한다"고 했습니다. 감사원이 탈원전 에너지정책 절차의 위법여부 감사에 착수한 것을 비난하며 한 말입니다. 감사원의 독립적 권한과 직무는 함부로 침해받지 않도록 헌법과 감사원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감사원을 대통령 최측근은 권력을 지키는 충견쯤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그는 지난달에는 윤석열 총장 징계정지 결정을 내린 법원을 향해 "심부름을 시켰는데 스스로 만든 권한처럼 행사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가 약해지지 않도록,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한 축 사법부와, 정부의 불법 위법을 감찰하는 감사원을 공격하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니, 그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요. 대통령을 지키는 것과 민주주의는 또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요. "우리 임에게는 짖지 말라"는 우리 민요가 떠오릅니다.

임 전 실장은 최 원장에게서 "윤석열과 전광훈의 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법원에게서는 "기득권의 냄새가 난다"고 했지요. 걸핏하면 무슨 냄새가 난다는 상투적 음모론이 지겹기도 하거니와, 최재형, 윤석열 전광훈을 한 울타리에 묶으려는 저의가 의심스럽습니다. 

임 전 실장에게,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트럼프 탄핵안을 의결하며 한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1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빗나간 일편단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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