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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일개미와 벼락거지

등록 2021.01.16 19:45

수정 2021.01.16 19:50

"여러분! 모두 부자되세요 꼭이요!"

20년 전 광고 속 이 한마디는 IMF 사태를 혹독하게 겪은 뒤 부자가 되고 싶은 국민 마음을 건들였습니다. 그 때부터 부자 열풍이 불었고 그 열기는 '10억원 모으기'로 이어져 '10억원 만들기' 서적과 금융 상품이 생겨났지요. 당시 부자의 기준이었던 10억 원, 지금은 서울 평균 25평 아파트값(11억9천만원)과 맞먹습니다. 그리고 이 아파트 하나 사려면 평균 연봉을 한 푼 안 쓰고 36년을 모아야하는 시대이기도 하지요. 

괴물이 된 집값에 월급의 가치, 노동의 가치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듯합니다. '벼락거지' 묵묵히 열심히 일하며 살았는데 집값 폭등으로 한 순간 상대적 빈곤층이 된 것 같은 무주택자들의 심정을 말합니다. 정부 말만 믿고 집 안 샀다가 후회한 일개미들은 일은 잠시 뒤로 하고 빚내서 주식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승진 경쟁할 시간에 투자 공부를 하며 임원 승진을 포기하는, '임포자'라는 말까지 생겼다죠.

돈이 돈을 버는 속도를 근로 소득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에 일할 의욕이 꺾인겁니다 영끌과 빚투 현상은 스무번 이상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싹이 텄습니다.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도 불신 분위기를 감지하고 동학개미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이라며 쓴웃음을 짓더군요. 투기를 잡겠다던 정부가 투기 사회로 이끌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상식대로 땀을 흘린 일개미가 손해를 보는 세상이 됐습니다.

노동과 나날-헤시오도스
"너의 창고가 가득 차도록 일을 해라. 노동은 수치가 아니다. 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노동은 축복이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시인의 말을 상식으로 여겨왔는데, 이 불변의 법칙이 깨진 건지, 일개미들은 혼란스럽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일개미와 벼락거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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