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우울한 날들

등록 2021.01.22 21:51

수정 2021.01.22 21:56

눈은, 내릴 땐 낭만이지만 녹을 땐 현실입니다. 도시에 내렸다 녹는 눈을, 시인은 "문드러진다. 진물 흘린다"고 했습니다.

"지난밤 백설공주를 덮었던, 순백의 그 눈부신 살갗이, 한나절도 안 되어, 해골을 다 드러내며 녹는다"

눈 그치고도 며칠씩 뒷골목은 질척입니다. 응달에는 시커멓게 먼지 뒤집어쓴 얼음판이 엎드려 있습니다.

그나마 마른 길바닥은, 입가에 허옇게 말라붙은 침처럼 버짐처럼, 드문드문 소금투성이가 됩니다.

그러던 어젯밤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밤 깊도록 숨죽여 도시를 적시며 눈의 잔해들을 씻어냈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오늘 종일 안개, 연무와 뒤섞여 희뿌연 하늘이 답답했습니다.

지난주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에 지지자들이 첨부해 딸의 의사고시 합격을 축하한 사진입니다. 그는 이 게시물을 하루 만에 비공개로 바꿨습니다.

정경심 교수 1심 재판부는 딸의 입시 스펙 일곱 건이 모두 거짓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부산대가 관련 조치를 미루면서 의사자격을 얻게 된 겁니다.

정유라씨 부정입학이 드러나자 이화여대는 최순실씨가 기소되기도 전에 입학을 취소했습니다.

서울대도 딸의 논문을 대필시킨 사립대 교수가 기소되자 마자 딸의 입학을 취소시켰습니다.

부산대의 판이한 대응은 왜, 무엇 때문일까요.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 초대 본부장에 지원했다는 한 변호사 소식도 우리를 당혹케 했습니다.

그는 판사 시절 층간 소음으로 다투던 이웃집 차 타이어를 펑크 내고, 차 열쇠구멍에 접착제를 발라 막은 일로도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당혹감이 끝내 우울함으로 변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여성단체들이 법무부에 진혜원 검사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을 사실로 인정한 법원을 "극우 테러에 재미를 본 나치 돌격대"에 비유했습니다.

"꽃뱀은 왜 발생하고 왜 수 틀리면 표변하는가" "영리하고 음란한 암컷의 순수하고 순결한 척하기"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지난 한 주도 잿빛 하늘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겁니다.

겨울비로는 미세먼지 씻어내기가 버겁다면 소나기를 기다릴 수밖에요.

1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우울한 날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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