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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포퓰리스트 이재명

등록 2021.01.24 19:46

수정 2021.01.24 20:11

고대 로마. 대형 경기장에게 검투사들이 혈투를 벌이고, 로마 시민들은 환호합니다. 배고픈 시민들은, 국가가 주는, 공짜 빵에 만족합니다.

"시민들은 투표권이 사라지자, 국정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이젠 오매불망 오직 두가지만 기다린다. 빵과 서커스를"

로마의 한 풍자시인은 포식과 오락에 취한 시민들을 보며 이렇게 로마의 쇠락을 예감했습니다. 로마 황제들은, '먹거리'와 '볼거리'를 통치술로 이용했습니다. 포퓰리즘의 원조격인데, 포퓰리즘의 어원 또한 로마시민을 뜻하는 포풀루스(populus)에서 왔다고 하죠.

"국민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줘라"

1981년 집권한, 그리스의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내각에 지시한 말입니다. 하지만 머지 않아 재정파탄이 났고, 웃프게도 구제금융을 신청한 건 총리가 된 그의 아들이었습니다. 선대의 돈잔치가, 후대의 빚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걸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4월에 이어, 또다시 전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내에서조차 피해가 큰 소상공인 위주로 지원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 지사는, 삼년 전 언론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게 곧 포퓰리즘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남시장 시절부터 무상 정책들을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2015년 10월 1일)
"(성남시는) 연 100만 원의 청년 배당을 지급하려고 합니다"

이재명 (2016년 1월 4일)
"무상 산후조리 지원에 56억 원, 무상 교복 지원에 25억 원, 청년배당에 113억 원 등…"

이재명 (2020년 기본소득박람회)
"내년에 가능한 시군부터 농민 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이런 무상시리즈 때문일까요? 그는 차기 대선경쟁에서 줄곧 선두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 정치인과 다른 추진력과 도정에서 보여준 성과들도 기반이 됐을 겁니다. 그래선지, 배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무주택 국민이면 누구나 살고 싶을 때까지 거주하게 하겠다는 기본주택과, 국민 모두에게 1~2 퍼센트의 저금리로 천 만원 정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겠다는 기본 대출까지, 추진하는 정책마다 복지와 포퓰리즘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갑니다. 이 지사는, 전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줘도 망할 일은 없다고 합니다.

이재명 (2020년 8월 28일 '김종배의 시선집중')
"제가 단언하는데 30만 원 정도 지급하는 것 50번, 100번 해도 서구선진국의 국가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 국가부채는 1000조원을 넘을 듯하고, 한해 이자로만 20조원 가까이 부담해야 합니다. 국가 부채비율도 45%를 넘을 수 있는데, 선진국들과 단순비교하면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공기업과 연금 부채까지 포함하는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국가부채비율은 100%를 넘게 됩니다. 그래서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홍남기 부총리의 경고가 예사롭지 않게 들립니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무상 시리즈'가 결국 후대의 비용이 될 수 있다는 걸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를 얻는 데는 포퓰리즘만한 게 없다지만, 나라를 순식간에 병들게 하는 데도 그만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포퓰리스트 이재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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