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못 본 걸로 하자

등록 2021.01.25 21:52

수정 2021.01.25 22:10

영화 '대부'에서 알 파치노가 병원에서 아버지를 지키다 호되게 당합니다. 

"경찰 일에 참견해?"
"얼마나 받고 이런 짓을 하는 거요?"

이 경찰간부는 마피아에게 매수돼 경호원 노릇까지 하다 대가를 치릅니다.

'20세기의 지성' 버트런드 러셀이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습니다. 런던 빈민가 교회에서 급진적 연설을 했다가 폭도들에게 포위된 겁니다. 그가 자서전에 쓴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청중으로 온 어느 부인이, 먼발치서 지켜보던 경관에게 러셀을 구해달라고 했습니다.

"저 분은 유명한 철학자입니다"

경관은 들은 척도 안 했습니다. 부인이 "저 분은 세계적 학자" 라고 해도 코웃음을 쳤습니다.

부인이 다시 말했습니다.

"저 분은 백작의 동생입니다"

경찰은 깜짝 놀라 러셀을 도우러 달려왔습니다.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갈수록 태산에 점입가경입니다. 피해자가 "폭행장면이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는데도 담당 경찰관은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 차관이 찾아와 합의금을 주고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달라고 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애초에 블랙박스 영상이 없었다는 경찰 발표는 거짓말이었던 겁니다.

이 차관은 현행범인데도 조사받지 않고 귀가했고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운전자 폭행을 가중 처벌하는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았고, 입건도 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했습니다.

그 속사정이야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보통 사람이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처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검찰의 힘을 빼서 경찰과 균형을 맞추자는 게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경찰도 일일이 검찰 지휘를 받지 않고 사건을 알아서 처리하고 끝낼 수 있게 됐습니다.

검찰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가졌던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검찰 개혁이 정당성을 갖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드루킹 사건부터 박원순 시장 사건, 정인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국민 입장에서야 내 삶을 더 안전하게 해주는 개혁을 바랄 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이대로입니다.

1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못 본 걸로 하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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