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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성추문에 달랐던 정의당·민주당 대응…가장 큰 차이는 '2차 가해' 여부

등록 2021.01.26 17:34

수정 2021.01.26 17:53

25일인 어제 국가인권위원회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오랫동안 침묵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은 뒤늦게 사과를 내놓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출신인 남인순 의원은 인권위 발표 하루 뒤인 오늘(26일) 자신의 SNS에 "피해자에게 깊이 사과 드린다"고 했다. 또 인권위의 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오랜 시간 고통받아온 피해자와 가족, 실망을 안겨드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 통렬히 반성하고 각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취재후 Talk] 성추문에 달랐던 정의당·민주당 대응…가장 큰 차이는 '2차 가해' 여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연합뉴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앞서 남 의원은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의 성추문 사건이 발생하자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도록 주도했다. 또한 박 시장 측근인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 피소 예정 사실을 유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여성위원장인 정춘숙 의원도 박 시장 사태에 대한 여성 의원들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남 의원과 민주당 전국여성위가 사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 그동안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2차 가해'가 진행됐다. 피해자를 향한 욕설이 쏟아졌고, 피해자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는 내용들이 그들 사이에서 공유됐다. 진혜원 서울 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꽃뱀'을 들먹이며 피해자를 조롱했고, 김민웅 경희대 교수는 피해자의 이름과 손 편지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려 조리돌림했다. 심지어 성추행 의혹 방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한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인권위 발표에 "유감"이라며 정면 도전했다. 피해자는 계속 고통받았다.

 

[취재후 Talk] 성추문에 달랐던 정의당·민주당 대응…가장 큰 차이는 '2차 가해' 여부
/ 페이스북 캡처


 

[취재후 Talk] 성추문에 달랐던 정의당·민주당 대응…가장 큰 차이는 '2차 가해' 여부
/ 페이스북 캡처


참다 못한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이 직접 입장을 내기도 했다. 피해자 본인은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상대방을 용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기회를 세 사람(남 의원·임 전 서울시 젠더특보·김영순 전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이 박탈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동생도 "아침이 되면 혹시 누나가 밤사이 나쁜 마음을 먹고 실행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면서 누나와 엄마의 안전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이런 민주당의 모습 탓에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에 대한 정의당의 단호한 처리가 더욱 부각되는 듯 하다. 물론 어떠한 경우에도 성범죄는 용납돼선 안 된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곧바로 사태를 인정하고 당 대표의 직위해제를 결정했다. 가해자인 당 대표도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 정의당은 '2차 가해'를 막는데 주안점을 두며 성추행 당시의 상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사건을 조사했던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젠더인권본부장)는 "(그 상황을 공개하면) 행위 경중을 따지며 '그 정도야', '그 정도로 뭘 그래'라며 성추행에 대한 판단을 개인이 가진 통념에 기반해서 해버린다"며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정의당은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이 원하는 방향대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장 의원이 다시 일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취재후 Talk] 성추문에 달랐던 정의당·민주당 대응…가장 큰 차이는 '2차 가해' 여부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 사과하는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 / 연합뉴스


그런데도 민주당의 일부 강성지지자들은 '자화자찬하는 꼴이 우습다', '박 시장님을 능욕하나', '정의당을 해체해라' 등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장혜영 의원에 대한 또다른 '2차 가해'도 시작
되고 있다. 민주당도 마치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 일이라는 듯한 논평을 냈다.

 

[취재후 Talk] 성추문에 달랐던 정의당·민주당 대응…가장 큰 차이는 '2차 가해' 여부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연합뉴스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앞으로의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을 무관용의 원칙으로 조취를 취해야 하며, 아울러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당 논평을 SNS에 공유한 김경율 회계사는 "민주당의 정신, 꽃, 코어, 정수를 그냥 뇌수에 갖다 박아놨다"고 비꼬았고, 같은 민주당 소속인 권인숙 의원조차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성추행 피해를 입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SNS에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고 책임지는 도덕적인 능력이 있다"며 "잘못을 저지른 이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태도는 앞으로 모든 가해자들이 가져야 하는 태도여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장 의원의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윤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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