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체

[취재후 Talk] '대규모 공급 대책' 얼마나 급했으면…앞 뒤 안 맞는 대책들

등록 2021.02.05 11:30

수정 2021.02.05 17:07

정부가 2월 4일 대규모 공급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 32만호, 전국 전체로는 83만호입니다. 그리고 3기 신도시 물량까지 포함하면 200만호. 1989년 노태우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발표했던 200만호 공급 계획이 연상됩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물량이 하염없이 쏟아질 예정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어제 보도자료를 보면서 정부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고강도 대책을 예고해도 집값이 치솟으니 '급한 불'을 꺼야 한다는 판단이었던 듯 싶습니다.

■발표일 이후 매수자는 입주권 없다?

우선 보도자료 첫장을 보면 2월 4일(금)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2월 4일은 금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입니다. 이걸 두고 SNS에서는 날짜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대책을 세우냐는 비판이 있기도 했습니다. 작은 실수지만 국민들은 두눈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오늘 보니 목요일로 수정돼 있네요)

 

[취재후 Talk] '대규모 공급 대책' 얼마나 급했으면…앞 뒤 안 맞는 대책들
국토부 보도자료


두 번째로, 투기 방지책입니다. 보도자료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 구역 내에서 기존 부동산을 신규 매입 계약 체결자는 우선 공급권을 미(未)부여할 예정입니다."

 

[취재후 Talk] '대규모 공급 대책' 얼마나 급했으면…앞 뒤 안 맞는 대책들
국토부 보도자료


그러니까 4일 이후 신규 매수의 경우에는 나중에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업 구역이 어디인데 이런 대책이 나왔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전문가들조차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국토부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역 모두 묶는다"

국토부 담당자와 직접 통화해봤습니다. 서울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역 등이 모두 포함된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이 곳 모두를 일단 모두 묶겠다는 겁니다. 투기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겁니다.

이대로라면 이번 대책과 무관하게 집이나 상가를 샀는데, 나중에 그 지역이 사업지로 선정되면 입주권은 못 받은 채 현금 청산을 받게 됩니다. 정부에서는 현금 청산도 당시 시가를 고려해 적절하게 보상할 것이라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현금 청산은 권리가 없는 사람들이나 넉넉한 자금이 없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옵션입니다.

■보도자료엔 또 다른 설명…어떤게 맞나요?

그런데 보도자료를 다시 뜯어보다보니 도심공공주택 복합 사업 절차에 보니 국토부나 또는 지자체가 예정지구로 지정고시할 때를 토지 등 소유자 우선 공급권 부여 기준 시점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공공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에도 토지 등 소유자가 공공시행자(LH나 SH)에게 정비계획 변경 제안을 할 때를 우선 공급권 부여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취재후 Talk] '대규모 공급 대책' 얼마나 급했으면…앞 뒤 안 맞는 대책들
국토부 보도자료

 

[취재후 Talk] '대규모 공급 대책' 얼마나 급했으면…앞 뒤 안 맞는 대책들
국토부 보도자료

 
한쪽에서는 발표일 이후에는 입주권(우선 공급권)을 안 준다고 해놓고, 또 다른 한쪽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사업형태별 절차를 정해놓은 것이고, 특례 조항을 만들어서 ‘발표일’을 우선 공급권 부여 기준으로 하려고 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구체적인 사업지를 발표하면서 함께 묶어야 하는데, 사업지 선정은 못한 채 큰틀의 로드맵만 제시하고는 사업지가 될만한 지역을 모두 묶어버렸다고 지적합니다.

국토부는 어찌보면 투기를 막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하는 생각이 다시 드는 부분입니다. 얼마나 급했으면…. / 안형영 기자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