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하루만 버티면 된다"…요식행위 된 인사청문회

등록 2021.02.10 21:23

수정 2021.02.10 21:28

[앵커]
보신대로 야당이 반대해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는 건 일종의 공식이 됐습니다. 이럴 거면 청문회를 왜 하냐는 얘기도 나올만 하고, 누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기록으로라도 남기는 차원에서 더 더욱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청문회를 지켜본 서주민 기자에게 조금 더 물어보겠습니다. 서 기자, 일단 이것부터 먼저 물어보지요. 문재인 정부가 절대 안된다고 했던 7대 인사 배제 원칙에 논문 표절이 들어있었는데 황 장관의 박사 논문은 표절입니까, 아닙니까?

[기자]
결과적으로 청문회로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황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박사 논문은 영어로 돼 있는데, 야당이 표절의 대상이 됐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는 우리말로 돼있습니다.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해 야당은 황 후보자에게 우리말 논문을 요구했지만, 찾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국민의힘은 연세대에 표절 여부 검증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황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죠. 이미 기차는 출발한 겁니다.

[앵커]
출발하면 세울순 없지요. 그런데 황 후보자는 우리 말로 쓴 논문 초안이 있긴 있었는데, 결국 찾지 못해 제출할 수 없다.. 이런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야당은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후보자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버티고.. 그러다 결국, 의혹만 키운채 맹탕 청문회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이러다보니 야당 의원들조차 검증도 전에 축하 인사를 건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한무경 / 3일
"장관으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권명호 / 3일
"미리 축하드립니다. 어차피 우리 지금 정부에서 청문회는 요식행위이고 곧 빠르면 내일이나 모레 되시면 장관 되시잖아요."

[앵커]
참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장면인데 인사청문회가 한때는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중요한 절차였는데 이렇게까지 된 이유가 뭘까요?

[기자]
근본적으로 제도 자체에 한계가 있습니다. 인사청문회법엔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끝까지 채택하지 않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임명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많이 시달린 사람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유은혜 장관을 임명할 때 한 얘기인데.. 청문회에 대한 시각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신상털기로 변질돼 실력있는 인재 발탁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백악관 검증자료를 의회에 제출하는 미국처럼 청와대 검증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방안이 매번 제시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여당은 '비공개 검증'에 야당은 '충분한 자료제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겁니다. 실제로 현재 여당인 민주당도 야당 시절, 공직 후보자의 자료제출을 의무화 하도록 하는 법안을 여러 건 발의했었습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대하는 여야의 태도가 바뀌다보니 말만 나오고 실제 제도 개선은 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공수가 바뀔때마다 말이 바뀌고 철학이 바뀌는게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데 인사청문회도 딱 그런 문제점을 안고 있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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