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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잇단 배구계 '학폭 미투'…'성적 지상주의' 민낯

등록 2021.02.16 21:27

수정 2021.02.16 21:46

[앵커]
학교 폭력 피해자가 많게는 10년의 세월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건, 소위, 팀 내에서 잘나가는 가해 선수를 지목해봤자 구단 또는 학교에서 묵살되기도 했기 때문이죠.

학폭의 배경이 되고 만, 체육계 성적 지상주의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배구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재영·이다영 자매.

"되게 영광이고 정말 행복해요"
"앞으로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하지만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며 전 국민 공분의 대상이 됐죠.

남자배구의 송명근과 심경섭도 피해자의 폭로로 사실상 코트를 떠났습니다.

잇따른 '학폭 미투', 폭력 수위만큼이나 학교 폭력을 대하는 체육계의 자세도 충격을 안겼죠.

성적만 좋으면 학교 폭력도 눈감는다?

송명근의 가해로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피해자는 "감독조차 이 일을 덮고 싶어서 조용히 넘어가자고 사정사정 했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성적만 좋으면 선수의 일탈도 지도자들이 눈감으려 한다는 거죠.

조용구 / 대한배구협회 사무처장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에 따른 위계질서도 있고 또 이 스포츠라는 것은 성적 지상주의라는 게 존재하지 않습니까?"

기량 좋은 선수가 팀 성적을 좌우하다 보니 실력이 곧 권력이 된다는 겁니다.

이재영·이다영의 가족이 경기 중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폭로 역시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체육단체도 안일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쌍둥이 자매의 피해자 측은 "구단과 협회, 대한체육회 모두 방관자"라며 소속팀의 안일한 대처가 폭로를 결심하게 했다고 했죠.

폭력 피해를 알린 뒤에도 가해자를 감싸거나 사건을 덮기 바빴다는 겁니다.

김태년 / 민주당 원내대표
"반복되는 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비교적 엄격한 처리 기준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폭력이 관행처럼 뿌리박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개선 의지가 없는 거죠.

피해자들 역시 이해관계에 얽혀있다는 것도 문제.

송명근의 피해자는 "배구에 대한 미련만 없었어도 용기 내서 다 말했어야 하는 건데 후회를 10년을 갖고 살았다"고 했죠.

팀 성적이 자신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소위 '팀의 에이스'를 문제 삼을 수 없는 구조라는 거죠.

조수경 / 스포츠심리연구소장
"적응하지 못하면 지금 여태까지 해 온 것이 다 물거품이 될 거라는 두려움과 공포증 때문에"

반복되는 체육계 폭력의 고리, 언제쯤 끊어낼 수 있을지...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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