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오락가락 뒤죽박죽

등록 2021.02.16 21:49

수정 2021.02.16 22:05

모레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입니다. 갑자기 날이 추워졌습니다만 봄 또한 멀지 않습니다.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꽃 핀 다음에는…"

전북 장수 산서면에서 교편을 잡았던 시인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을을 물들이는 꽃으로 봄을 노래했습니다.

그렇듯 봄꽃이 피는 순서를 춘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엔 온난화 탓에 춘서가 뒤죽박죽 헝클어지기 일쑤여서, 봄꽃 축제를 준비하는 분들이 곤욕을 치르곤 합니다. 하지만 갈팡질팡 우왕좌왕하는 세상사가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매사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일이 꼬이고 틀어지기 마련입니다.

"우왕좌왕이라고요? 누가 우왕좌왕입니까?"

코로나 백신 확보가 더디다는 우려에도 '걱정 말라'고 호언장담했던 정부가 백신 접종 첫발부터 삐끗했습니다. 중증으로 번지기 쉽고, 사망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 고령자 54만명이 제외된 것은, 당사자는 물론 모두에게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이래서야 11월 집단면역이 이뤄질지, 도무지 정부 하는 일이 미덥지가 않습니다.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사실, 정부가 일찌감치 다양한 백신 확보에 나섰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안정성이 입증될 때까지 여유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여당 의원은 '백신 추정 주사'라는 표현을 쓰며 "국민을 코로나 마루타로 삼자는 것이냐"고 했지요.

급기야 식약처는 아스트라제네카 사용을 허가하면서 고령자 접종여부 판단을 일선 의사들에게 맡겼습니다. 식약처가 내려야 할 판단과 져야 할 책임을, 의약품 전문가도 아닌 의사에게 떠넘기는, 황당무계한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래서야 국민이 어떻게 정부와 백신을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백신 확보부터 지각했을 뿐 아니라, 접종 시작도 OECD 서른일곱 나라 중에 맨 꼴찌입니다. 시작하지 않은 다섯 나라도 모두 우리보다 빠릅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하루 일고여덟 명씩 귀중한 생명이 코로나에 스러지고 있습니다. 하루 한시가 누군가에겐 절체절명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얼마나 절박한 마음과 자세로 움직이고 있습니까?

2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오락가락 뒤죽박죽'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