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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귀순자 CCTV '풀버전' 보니…北 남성이 20초간 바라본 표지판은 '검문소'

등록 2021.02.19 15:03

수정 2021.02.19 16:11

TV조선이 18일 단독 보도한 폐쇄회로 영상(CCTV)에서 북한 남성 A씨는 강원도 고성군 제진리 '제진교차로'에서 약 20초간 머물러 있었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교차로의 신호등이 일정한 박자로 깜빡이다가 영상 중반부부터 빠른 속도로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영상을 2배속으로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2배속 시간까지 감안해 계산하면 A씨는 교차로에 총 20~22초간 서서 한 곳을 지긋이 바라보다 그 방향으로 나아갔다. A씨가 바라본 곳엔 무엇이 있었을까.

 

[취재후 Talk] 귀순자 CCTV '풀버전' 보니…北 남성이 20초간 바라본 표지판은 '검문소'
강원도 고성군 제진교차로에서 남쪽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정면 파란색 표지판에 '제진검문소'라고 적혀 있다. / 주민 제공


제진교차로로 가려면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 제진검문소를 지나야 한다. 외부인은 이곳에서 출입 절차를 거쳐야 민통선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민통선 안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상시 출입증을 가지고 다닌다. 그러나 16일 의문의 귀순 사건 발생 직후, 군은 민통선 내 외부 민간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통일전망대도 일시 폐쇄한 상황이다.

18일 방문했을 때, 취재진이 검문소 바로 앞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스케치하는 것은 가능했다. 검문소 바로 앞은 민간 지역이기 때문에 군이 통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과 5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CCTV에 찍힌 '제진교차로'가 보였다.

 

[취재후 Talk] 귀순자 CCTV '풀버전' 보니…北 남성이 20초간 바라본 표지판은 '검문소'
구글어스로 본 제진교차로. 붉은 화살표가 남성이 남쪽으로 나아간 방향. 교차로(붉은색 화살표 부근) 중심 서쪽에 군 시설이 있고, 동쪽에 민가가 있다. /구글어스


어쩔 수 없이 인터넷 검색과 구글 어스를 통해 '제진교차로'의 모습을 살펴보니, A씨가 20여초간 바라본 것이 무엇인지 추정할 수 있었다. 위 사진에 나오듯이 A씨가 나아간 방향 정면에는 파란색 표지판으로 '제진검문소'라고 나와 있다. 통일전망대 등의 민통선을 방문했다가,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전방에 검문소가 있다'는 걸 알린 표지판이다. A씨는 이 표지판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했을까.

 

[취재후 Talk] 귀순자 CCTV '풀버전' 보니…北 남성이 20초간 바라본 표지판은 '검문소'
CCTV 정지 화면. 화면 왼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A씨 모습이 보이고, 화면 맨 오른쪽에 파란색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에 '제진검문소'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CCTV 영상


군은 A씨가 귀순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CCTV영상을 보면 잘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A씨가 20여초간 서서 검문소 표지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군 시설과 민가를 지나쳐 10시 방향 야산으로 간 것이다. 북한은 신호등이 거의 없고 도로 포장이 돼있지 않기 때문에 A씨가 이 곳이 한국 땅인지 몰랐을 리는 없다.

민통선 주민들은 매우 놀란 분위기였다. 민통선 바깥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보도를 보니 민간 귀순자인지도 잘 모르는데, 정체 불명의 북한 남성이 코 앞까지 왔다니 너무 섬뜩했다"고 말했다.

 

[취재후 Talk] 귀순자 CCTV '풀버전' 보니…北 남성이 20초간 바라본 표지판은 '검문소'
18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검문소에서 검문중인 육군 장병들. / 윤동빈 기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군이 A씨를 민간인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점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한 겨울 새벽에 오리발 핀 수영으로 4시간 넘게 헤엄쳐 남하한 점, 지뢰밭을 뚫고 정확히 허술한 철책 배수로를 골라 통과한 점, 군이나 민가로 가 귀순 의사를 밝히고 신변 보호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굳이 야산으로 가 낙엽을 덮고 잔 점 등이다.

하지만 반대로 공작요원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부분도 있다. 특수전 교육을 받은 군 관계자는 "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좌우를 살피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신호등 불빛이 환한 곳에서 태연하게 걸어가는 것을 보면 침투 목적을 가지고 남하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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