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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한눈으로만 보는 정권

등록 2021.02.21 19:46

수정 2021.02.21 19:49

비목은, 당나라 시에 등장하는 전설의 물고기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눈 하나를 잃었는데, 어느날 자신처럼 한쪽 눈이 없는 물고기를 만나 평생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고 하지요.

현실 세계에서는 광어나 도다리처럼 눈이 나란히 붙은 비목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래 바닥에 붙어, 평생을 한 방향만 바라보고 삽니다. 

한쪽만 보고 사는 게 어디 이런 물고기 뿐이겠습니까만, 권력자가 한 눈으로만 보면 세상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눈으로 보는 권력을 경계해 왔습니다.

지난 한 주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습니다.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을 임명할 때만 해도 한쪽만 바라보며 국민을 갈등으로 내몰았던 독주는, 숨고르기를 할 거란 관측이 있었죠.

대통령
"국민들을 염려시키는 그런 갈등은 다시는 없으리라고‥"

신현수 민정수석
"어려운 시기에 소임을 맡게 됐습니다.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하지만, 임명된 지 두달도 채 안돼서 신 수석은 사표를 던졌습니다. 왜 이렇게 허망하게 직을 던져 버렸을까.

17년 간 이어져온 두 사람의 인연을 생각하면 자신의 사표가 문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 일인 지 모를 리 없을 겁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준 갈등 수습의 임무를 누군가 부정했고, 그 누군가의 손을 대통령이 들어주면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잃어버렸을 거란 말들이 힘있게 들립니다.

그 누군가는 대통령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세력. 많은 범죄 혐의가 재판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그 상식적 판단을 거부하는 세력. 바로 조국 전 장관과 그의 추종세력이 유력하게 지목됩니다.

추미애 법무부와는 다를 거란 기대를 만들어낸 박범계 장관도, 그 세력의 말에 휘둘리는 건 지 임명 당시와는 다른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박범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법률상으로 대통령께서 인사권자이시고 법무부 장관은 제청권자입니다"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아예 검찰 조직을 없애버리려는 세력 역시 친조국파 의원들입니다.

대통령 뜻과는 별개로 현직 검찰총장 징계를 밀어붙이는 나라, 대통령이 약속한 갈등 수습을 자신들 뜻대로 바꿔버릴 수 있는 나라.

그래서 야당은 지금 청와대가 누구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거냐고 묻고 있습니다.

김은혜 대변인
"이 정부의 진짜 민정수석은 신현수 수석입니까, 아니면 조국 前 수석입니까."

신 수석은 박 장관이 '왜 우리편에 서지 않느냐'고 몰아세운 데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현 정부 4년 간 대한민국을 지독하게 둘로 갈라 놓은 바로 그 우리 편과 남의 편..

다시 외눈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외눈으로 사는 나라'라는 우화가 있습니다. 한 나그네가 길을 잃고 외눈으로 사는 사람들만 있는 나라에 가게 됐는데, 오히려 자신이 남들과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자 스스로 한쪽 눈을 찔렀다는 이야깁니다.

두 눈으로 보는 정부를 꿈꾸다 사표를 던진 신현수 민정수석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답답한 마음에 또 다시 하늘을 바라보게 됩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한눈으로만 보는 정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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