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퍼레이드

'필름 끊긴' 만취 10대 모텔 데려가…대법 "동의해도 성추행"

등록 2021.02.22 08:03

수정 2021.03.01 23:50

[앵커]
흔히 우리가 술을 많이 마신 뒤 기억을 잃는 현상을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데요 전문 용어로는 '알코올 블랙아웃'이라고 합니다. 성적 관계를 맺는 데 동의했더라도,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였다면 강제 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왜 그런지, 이채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17년 어느날 새벽. 20대 남성 A씨는 만취한 B양을 처음 만났고, "좀 자고 싶다"는 B양의 동의를 얻어 모텔로 데려갔습니다.

A씨는 모텔 방에서 B양과 성적 접촉을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실종신고로 모텔에 들어온 경찰에 붙잡혔고, '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은 상태였다며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행동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모텔 CCTV에서 피해자가 비틀대는 모습 없이 자발적으로 이동한 점 등을 근거로 "의식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고 A씨를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만취해, 일행을 찾지 못했다는 점" 등에 주목했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의식을 완전히 잃지 않았더라도 술에 취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면 '심신상실' 상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알코올 블랙아웃을 심신 상실 상태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첫 대법원의 판례입니다.

TV조선 이채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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