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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덕도로 간 대통령

등록 2021.02.26 21:52

수정 2021.02.26 22:00

"비상등을 번쩍이며 리무진으로 대로를 질주하는 대신… 아무도 몰래 소년가장의 골방을 찾아 하룻밤 묵어가는…"

이 땅에서 국민이 대통령의 행차와 거동에 감동받는 일이 얼마나 있었던가요.

우리도 그런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20몇 년 전 시인이 노래했습니다.

"좋은 상품으로 나라를 기름지게 하는 사람들 모임에 나가서는, 육자배기 한 자락 신명나게 뽑아대고… 당신이 수제비를 좋아하자 농부들이 다투어 밀을 재배하고… 다스리지 않음으로써 다스리는 우리들의 대통령,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습니까."

그렇듯 나이 들도록 맑은 마음, 순수한 설렘을 찬미한 명시지요.

"하늘의 무지개 바라보며 내 가슴 뛰노라. 나 어릴 때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부산 가덕도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간 문재인 대통령이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습니다. 이낙연 대표,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해 당정청 핵심 인사들을 스무 명 넘게 대동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공항을 반드시 실현시키자"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1년 만입니다. 공교롭게도 작년엔 총선 두 달 전, 이번엔 보궐선거 40일 전입니다. 또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가덕도를 포함한 '부산 5대 핵심공약'을 발표한 다음 날이고, 국회의 가덕도 특별법 처리를 앞둔 날입니다.

이쯤이면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과 논란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라"고 요구한 것도 보기에 불편했습니다. 신공항 특별법이 얼마나 황당한지 조목조목 따져 반대 의견을 낸 국토부의 수장이 "반대한 것처럼 비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인 대목에서는 제가 모욕당한 느낌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 부산 방문은 개의치 말고 신공항을 밀어붙이라는 신호처럼 돼버렸습니다. 청와대는 오래전 예정된 일정이라고 했지만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격언이 무색합니다.

한술 더 떠, 갓 쓰고 오얏나무에 찾아가 오얏, 그러니까 자두를 쳐다보며 설렌다고 한 격은 아닐까요.

어린 단종 임금이 공자 말씀 '사무사'의 뜻을 묻자 박팽년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입니다. 임금의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서 백성을 이끌려 하면 백성이 불복종합니다."

2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가덕도로 간 대통령'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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