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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선거에 골병 드는 나라

등록 2021.02.28 19:44

수정 2021.02.28 20:05

"에비타 에비타 에비타!"
"울지말아요 아르헨티나여 당신을 떠나는 일 없을테니"

마돈나의 노래로 더 유명했던 영화 '에비타'의 한 장면입니다.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입니다. '페론이즘'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이들 부부는 선거 때마다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무상 공약들을 현실로 만들어냈습니다. 무상 호텔, 무상 아파트, 무상 의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짜에 약했던 게 어디 아르헨티나 국민뿐이겠습니까.

우리나라도 한때 막걸리, 고무신 선거가 횡행했지만, 선거법 개정 이후엔 지역 개발이 단골메뉴가 됐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항이었습니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충청권 선거용으로 만든 청주공항은 4년간 260억 원의 적자를 냈고, '김영삼 공항'으로 불리는 양양 공항을 두고는 BBC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유령공항"이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가덕도 신공항이 논란입니다. 이미 2016년 프랑스 국제 전문가 그룹의 타당성 조사에서 최저점을 받았고, 당초 예상의 4배나 되는 예산이 들어갈 수 있다는 국토부의 분석도 나왔습니다. 무엇보다, 바다를 매립해 짓다보니 지반 침하 등 심각한 안전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죠.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가슴이 뛴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던 국토부를 나무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특히 이 법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는 물론 무려 31개 법령을 무력화시키는 불도저법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을 물고 늘어졌던 현 여권의 모습에 비춰보면 이 또한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승용 (2013)
"4대강 사업은 당초부터 타당성조사,환경영향평가, 문화재지표조사 등을 생략 또는 무시하는…"

심상정 / 정의당 의원
"선거의 희생양으로 쉽게 생각해도 되는지 다시 묻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아니라고 말하실 수 있습니까?"

이낙연 / 민주당 대표 (지난 26일)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시게 된 김영춘, 박인영, 변성완 세 예비 후보께 축하드리고…"

마지막에 들으신 이낙연 대표의 발언은 가덕도 공항이 선거용이라는 걸 대놓고 자인하는 꼴이어서 웃프기까지 합니다. 신공항과는 별개로 정부와 여당은 선거전에 20조원의 재난지원금을 주고, 여기에 전국민 위로금까지 또 준다고 합니다. 예산을 이렇게 마구 써대다 재정이 구멍날 처지가 되자 이번엔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합니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지경입니다.

이렇다보니, 이번 선거가 전임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게 된다라는 진실 또 24번의 부동산 대책 실패로 많은 국민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바로 그 현실, 그리고 우리가 세계 102번째 코로나 백신 접종국이라는 사실 등이 하나 둘 묻혀가고 있습니다.

다시 페론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아무리 퍼줘도 경제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페론의 이 구호, 요즘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습니까. 한 때 세계 7위의 부자나라였던 아르헨티나는 IMF 구제금융을 22차례나 받고 8번이나 국가부도를 선언하면서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국민이 현명하지 않으면 선거 때마다 나오는 선심 정책에 나라가 골병이 드는 겁니다. 1960년대 금권선거가 횡행할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민 여러분, 돈 주면 받으십시오. 전부 여러분 세금이니 돌려받는다 생각하고 받으십시오. 하지만 표는 똑바로 찍어주십시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선거에 골병 드는 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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