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 비 그치면

등록 2021.03.01 21:50

수정 2021.03.01 21:56

광릉 국립수목원 개울가에 은빛 버들강아지가 피었습니다. 솜털 보송보송한 꽃이삭이,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 꼬리 같다고 해서 버들강아지이지요. 강아지의 옛말 '개아지'가 변해 버들개지라고도 합니다.

버들강아지를 피우는 이 버드나무과 키 낮은 관목은 갯버들입니다. 앞에 붙은 '갯'은 갯마을, 갯바위처럼 바다를 뜻하는 게 아니라, 개울을 의미합니다.

버드나무처럼 개울가에 낭창낭창하게 자라는 버들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지요. 그런데 2월은 왜, 한 달 서른 날도 덜 채우고 급히 떠났을까요.

시인이 답을 일러줍니다. "봄을 빨리 맞으라고 2월은, 숫자 몇 개를 슬쩍 뺐다.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3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

박목월은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서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난다"고 했습니다.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 나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고 했지요.

3월 첫날 새벽부터 밤이 깊어가도록 봄비가 오십니다.

시성 두보는 봄비가 "밤에 바람 따라 슬며시 들어와, 가늘고 소리 없이 만물을 적신다"고 노래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봄비는, 숨죽여 촉촉히 적시는 좋은 비, 호우(好雨)가 아니라 큰비, 호우(豪雨)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행여나 여린 봄이 놀라 도망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시처럼 말입니다. "봄이 부서질까 봐 조심조심 속삭였다.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봄이 왔구나" 

3월은 희망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험해도 희망을 놓아버릴 수는 없습니다.

꼬박 한 해를 지나온 코로나의 터널이 아직도 길고 어둡지만 우리는 끝내 눈부신 빛의 세상으로 나서고야 말 겁니다. 끊임없이 아스팔트를 달궜던 증오와 분노의 삿대질도, 오늘 봄비가 겨울을 씻어내듯 식어갈 겁니다. 다시 목월의 3월 찬가로 돌아갑니다.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잘 이뤄질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3월 1일 앵커의 시선은 '이 비 그치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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