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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 많던 토착왜구는?

등록 2021.03.02 21:51

수정 2021.03.02 21:54

"안 먹켕 춤 바끈 우물, 삼 년도 안 되영 다시 먹나."

제주도 속담입니다. '춤'은 침, '바끄다'는 '뱉다'이니까 해석하자면 이런 말이 될 겁니다. "안 먹겠다고 침까지 뱉었던 우물, 삼 년도 안 돼 다시 먹는다." "침 뱉은 우물 도로 먹는다"는 속담을 제주 말로 하니 이렇게나 정겹습니다. '두 번 다시 안 볼 것처럼 매몰차게 했다가 나중에 아쉬워지자 사정한다'는 뜻이지요. '뱉은 말을 삼킨다'는 식언하고도 통합니다.

'빙빙과거'라는 말도 있습니다. 얼핏 고사성어 같지만, 구한말에 나온 일종의 신조어이지요. '빙(氷)'은 얼음이니까 '빙빙'은 얼음얼음, 즉 매사 어름어름, 우물우물 지나간다는 뜻이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삼일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 집히지 않고,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4년 한일관계를 돌아보면 어리둥절할 수밖에 는 방향 전환입니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로 한번 돌아가 보겠습니다. 2019년 삼일절에 대통령은 "친일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 라고 했습니다.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가 "이념대립을 부추기는 관제 민족주의"라고 했던 그 기념사입니다. 그 뒤로 벌어진 반일 바람과 이른바 토착왜구 몰이는 보셨던 그대로입니다.

대일정책 전환의 조짐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부터 있었습니다. 2019년 아세안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11분 동안 만난 뒤 "대화 해결"을 강조했던 게 대표적입니다. 작년 11월엔 국정원장이 자민당 실세와 회담했고, 신임 주일대사는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불렀습니다.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4년 전 파기했던 위안부 합의를 '정부 간 공식합의'라고 뒤집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바뀐 게 없습니다. 우리만 바뀐 겁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염두에 두고, 무엇이 아쉬워서 다시 그 우물가에 찾아간 것일까요. 나라 위하는 마음으로 일본제품 불매에 나섰다가 자존심이 상했을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뭔가 설명이라도 하고 손바닥을 뒤집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기 말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때 온건하게 발언 수위를 조절했더라면 국민 분열과 국제사회 오해가 덜했을 것" 이라고 후회했습니다. 그러자 더 타임스는 인터뷰 기사에 이런 제목을 붙여 부시의 때늦은 후회를 꼬집었습니다.

"매가 비둘기의 언어를 말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그런 것인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3월 2일 앵커의 시선은 '그 많던 토착왜구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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