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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법칙' 거스른 윤석열, 대중의 선택 받을까?

등록 2021.03.15 11:29

수정 2021.03.15 16:04

[취재후 Talk] '법칙' 거스른 윤석열, 대중의 선택 받을까?

/ 연합뉴스

 '법칙' 거스른 윤석열, 대중의 선택 받을까? 검찰총장만 하고 끝났다면 '사람에 충성하지 않은 검사'로 남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검찰을 떠난 뒤 그의 이름을 대중이 부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을 게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본의든 아니든 대선 후보의 반열에 올랐다. 게다가 여론조사마다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는 초등학생도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

그동안 그의 이름(석열,錫悅)을 어떻게 읽느냐를 놓고 [서결]과 [성녈]이 맞섰다. '표준발음'대로라면 [서결]이 옳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성녈]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는 주장을 폈다. 한 지상파 방송 아나운서는 대학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윤석열 본인이 [서결]이라고 했고, 친구들도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그러다가 '별의 시간'이 왔다.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돌아온 답은 [성녈]. 본인의 답을 들었으니 이제 [성녈]로 부르기로 해도 괜찮겠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방송국에서 '표준발음(?)'으로 [리건]이라고 불렀더니 자기는 [레이건]으로 발음한다며 수정을 요청해 방송사가 받아들인 전례도 있다.

사실 '석열'을 [성녈]로 읽는 건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김학용'은 [김하굥]으로, '김학룡'은 [김항뇽]으로 읽는다. '죽염(竹鹽)'은 [주겸]으로, '죽렴(竹簾)'은 [중념]으로 읽는다. '석열'을 [성녈]로 읽는다면 '열'을 '렬'로 인식(또는 착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는게 비교적 합리적인 분석이다.

모든 것에 예외는 있다. '불이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른다'는 뜻의 '작열(灼熱)'. [자결]이 아나라 [장녈]으로 읽는다. 합성어나 파생어도 아닌데 왜 ㄴ을 첨가해 [장녈]로 말하는 것일까?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 수 있는 [자결]을 밀어내고, 언중(言衆)이 [장녈]을 선택한 게 아닐까 추측한다. 언중이 '법칙'을 거스른 발음을 선택한다면 그 발음이 '표준'이 된다. 그것이 대중의 힘이다.

윤석열이 거스른 것은 '음운의 법칙'만은 아니다. 추미애 장관의 추상같은 '지시도 잘라먹었다'. 징계를 하자 소송으로 맞섰고, 사실상 승리하고 돌아오자 여권은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며 조여왔다. 결국 사표를 던졌더니 문재인 대통령은 지체없이 수리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지 열흘이 지났다. 정치·외교·경제 등 여러 분야의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정치권은 러브콜과 동시에 견제를 하는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곧바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만약 그가 정치를 선택한다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중은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당시의 시대정신에 맞는 선택을 한다. 지금의 여론조사도 그것을 반영했을 게다.

윤석열은 아직 칩거 중이다. 마침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시간을 벌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중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면, 선거가 끝나고 늦어도 여름에는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 윤석열은 어디에 서 있을까? / 배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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