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유라도 알려주세요

등록 2021.03.22 21:51

수정 2021.03.22 21:56

"화투 오래 갖고 놀다 쫄딱 망했습니다" 가수 조영남씨가 화투 그림을 대작시켰다가 기소되면서 했던 후회입니다.

그는 "남들이 안 그린 소재를 찾다 화투를 선택했다"고 했지요. 자신을 그려 넣은 비광 화투 그림입니다.

원래 비광에 등장하는 사람은 일본의 서예 대가입니다. 그는 스승에게 꾸지람만 듣다가 낙담해, 비 오는 날 우산 받쳐들고 떠납니다.

그 길에서 버드나무 가지를 잡으려고 수없이 뛰어오르는 개구리를 보며, 되지도 않을 일에 집착했던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이지요.

이 개구리 사진도 비광을 연상시킵니다. 영국 사진작가가 찍는 30분 동안, 개구리는 비가 내리는 쪽으로 나뭇잎을 이리저리 기울이며 비를 막았다고 합니다. 안간힘을 쓰는 개구리 표정이 연민을 부릅니다.

박범계 법무장관의 헌정 사상 다섯 번째 지휘권 발동이 허망한 무리수로 끝났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위증의혹 재검토 지시에 또다시 무혐의 결론이 난 겁니다.

검찰 회의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기용된 간부들이 여러 명 참석했지만 열 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고, 기소 의견은 두 명에 그쳤습니다.

검찰청법에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하게 돼 있습니다.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려고 수사개입을 극히 제한한 것이어서 문재인 정부 전까지 딱 한 번 발동됐습니다.

그러다 추미애 장관이 세 번, 박 장관이 한 번 휘둘렀고, 그중에 두 번이 한 전 총리 사건 위증의혹에 관한 것입니다. 네 차례 지휘권은 또, 모두 사기범이나 사기 전과자 또는 피고인의 폭로에서 시작됐고 세 건은 무혐의가 됐습니다.

우연치고도 참 공교로운 우연입니다. 엄중한 지휘권이 조자룡 헌 칼 신세가 돼버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한 전 총리 사건을 다시 꺼낼 때마다 해묵은 기억에서 소환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불법 정치자금 중에 1억 원 수표가 한 전 총리 동생 전셋값에 쓰였다는 명백한 증거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정작 곤혹스럽고 민망할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박 장관이 다시 합동감찰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불공정하다는 것인지, 이런 집요함을 한명숙 전 총리에게만 끊임없이 발휘하는 이유를 국민들은 알고 싶어 합니다.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그 명분이야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하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받은 한 정치인의 일에 정권 전체가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그 이유라도 이제는 알고 싶습니다.

3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이유라도 알려주세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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