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국 어머니

등록 2021.03.23 21:51

수정 2021.03.23 21:57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숙제를 내밉니다.

"엄마, 도와줘요"
"다 영어네?" 

생각다 못한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추운 밤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혹시 한국분이세요?"
"제 아들 숙제 잠깐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재미 영화감독이 어릴 적 이야기를 담아낸 '어머니의 희생' 입니다.

우리 프로농구에서 활약했던 문태종-태영 형제는 늘 "어머니는 내 삶의 근원" 이라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미국에서 빌딩 청소와 식당 일을 하며 둘은 농구선수로, 막내는 회계사로 키웠습니다.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도 어머니를 "내 인생의 모든 것" 이라고 했지요. 어머니는 청소원, 접시닦이, 계산원으로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일했습니다. 아들은 수퍼볼 MVP에 올라 "어머니야말로 나의 MVP"라고 했습니다.

헌신적인 어머니, 열성적인 봉사자, 따뜻한 이웃, 부지런한 할머니… 애틀랜타 총격사건에 희생된 네 한인 여성의 억척스러운 삶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보도로 잇따라 알려졌습니다.

예순아홉 살 김순자씨는 1980년대 미군기지 식당 설거지를 시작으로 밤 청소까지 하루 두세 가지 일을 했습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노숙자와 결식아동을 도와 대통령 봉사상을 받았고, 일흔이 되도록 일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늘 자식을 먼저 생각했고 "너희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던 어머니였습니다.

일흔네 살 박순정씨도 돈을 벌기보다는 워낙 건강하고 활발해서, 친구가 하는 스파에서 관리와 요리를 도왔습니다. 곧 뉴저지 딸 집으로 이사해 함께 살려던 참이었다고 합니다.

예순세 살 유영애씨는 미군과 결혼한 뒤 이혼하고 형제를 키웠습니다. 코로나로 실직했다가 치료사 자격증 덕분에 일자리를 얻어 기뻐했다고 합니다. 전남편은 "늘 좋은 엄마였고 언제나 자식을 위해 살았다"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쉰한 살 김현정씨도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운 싱글맘이었습니다. 밤늦도록 일하느라 형제가 엄마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의 안타까운 희생이 세상 사람들을 울렸고, 세 모자를 위한 온라인 모금에는 벌써 2백80만 달러가 모였습니다.

세상 모든 어머니가 위대합니다만 한국 어머니들의 유난한 희생과 헌신, 성실함, 자애로움은 그 누구도 흉내내기 힘듭니다. 그 어머니들의 삶에서 자식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요. 어머니란 "열매 다 털리고, 푸르던 살과 뼈, 차근차근 내어주고, 가지마다 저 까만" 까치밥입니다.

3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한국 어머니'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