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백신 보릿고개

등록 2021.03.30 21:49

수정 2021.03.30 21:54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

팝스타 엘튼 존이 부른 이 명곡은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살겠다는 귀거래사입니다. 도시를 상징하는 '노란 벽돌 길'은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왔습니다.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라… 마법사를 만나러 가라.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오즈의 마법사' 이후 '노란 벽돌 길'은 꿈과 희망, 생명을 찾아가는 길을 상징하게 됐지요. 미국 색채연구소 팬톤이 회색과 함께 선정한 올해의 색도 노랑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밝은 노랑이 희망과 긍정을 의미하는 '터널 끝의 빛' 이라고 했습니다. 길고 컴컴한 코로나의 터널을 뚫고 가면 눈부신 태양을 만난다는 얘기입니다.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는 태양은 찬란한 황금빛이 아니라, 모래바람에 가려 칙칙한 황갈색입니다. 봄이 봄 같지 않은 '춘래황사춘'입니다. 그리고 우리 앞엔,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보리는 여물지도 않은 춘궁기, 백신 보릿고개가 놓여 있습니다.

정부는 모레부터 시작하는 2분기에 천백50만 명 백신 접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확정된 도입 물량은 4백만회, 한 사람이 두 번을 맞아야 하니 2백만 명분밖에 안 됩니다. 백신 생산국들이 자기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도입 물량이 줄고, 도입 시기가 연기되거나 불분명해진 겁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백신 확보부터 지각하는 바람에 OECD 서른일곱 나라 중에 맨 꼴찌로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1차 접종을 받은 사람이 82만여명, 인구의 1.6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정부는 11월이 되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거라 기대하지만 이래서야 신기루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이 진작부터 백신 확보와 치료제 개발을 열세 번 지시했다는 결과가 이렇습니다.

"(접종에 앞서) 치료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서 방역 성공을 거두고 위기를 극복하는…"

그러나 며칠 전 해외 언론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백신 도입을 서두르지 않은 대가를 치를 것" 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주십사라는 당부 말씀을…"

그런데 얼마나 더 힘을 내면 우리 앞에 희망의 '노란 벽돌 길'이 펼쳐 질까요? 정부의 어설픈 자만과 낙관이 만들어낸 '시지푸스의 바위'를 끊임없이 밀고 언덕을 올라야 하는 우리 국민들의 처지가 처연하기만 한 봄날입니다.

3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백신 보릿고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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