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다시 선택이다

등록 2021.04.06 21:52

수정 2021.04.06 21:58

시인이, 마이크 소리 요란한 선거 유세장을 기웃거립니다.

"피켓에, 풍선에 그려진 모습. 부적처럼 들고 흔들며 신명이 나서, 굿풀이도 한다… 떠드는 자의 말의 성찬이, 듣는 자보다 더 무책임하다."

마치 하느님 같은 선심을 듣고 나니 시인은, 점심에 제 돈으로 소주 한잔 사먹은 게 억울해졌습니다.

시장바닥을 온몸으로 기며 구걸하던 사람이,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걸어갑니다. 시인은 선거철 정치인들을 떠올립니다.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신대며, 머슴입네 간을 빼줄 듯이, 가난한 자의 발바닥이 되겠다던 정치인들" 말입니다.

그런데 선거 끝나면 다들 직립인간 '호모 에렉투스'로 돌아갑니다.

"바닥을 기다 멀쩡하게 일어나는 걸인의 기적과, 숙였던 고개, 깔았던 신분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거만한 지배자가 되는 기적… 어느 것이 더 도덕적인 기적인가."

내일 서울과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한껏 몸을 낮췄습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반성과 다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향해서는 어느 때보다 거친 비난과 삿대질이 오갔습니다. 진영과 이념의 불을 때는 감정의 도가니가, 무섭게 들끓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선거는 카타르시스라고 합니다. 가슴속 묵은 응어리를 풀어버리는 정화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나라 안의 골이 더 깊이 파이곤 합니다. 지난 몇 년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단어들을 돌아봅니다. 미움 분노 갈등 분열 좌절… 봄마다 하늘을 짙게 가리는 황사처럼 답답한 이름들입니다. 대신 내일 선거는 소망 위로 화해 통합 용기를 되살리는 선거였으면 합니다.

서둘러 온 올봄은 벌써, 아기 손처럼 여린 새잎을 펼쳐 들어 생명을 노래합니다. 봄비치고는 많은 비가 내린 뒤, 내일도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밝은 눈으로 두루 살펴, 후회 없을 한 표를 던져야 대한민국 양대 도시의 맑은 하늘, 밝은 미래를 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시민의 선택을 받든, 언제나 몸 낮추고, 말씨 바르고, 겸손과 품위 잃지 않는, 성실한 일꾼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4월 6일 앵커의 시선은 '다시 선택이다'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