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무서운 민심의 바다

등록 2021.04.08 21:50

수정 2021.04.08 21:55

"참 성배는 생명을 주지만, 거짓 성배는 앗아갈 거요."

성배는, 예수가 최후의 만찬에 썼다는 성스러운 잔입니다. 숱한 소설과 영화 속 보물찾기에 등장하지요.

"다빈치가 성배를 그려놓은 거야."

성배를 얻으면 전지전능하고 불로불사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탐욕에 휘둘려 독배를 뿌리치지 못하는, 인간의 파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공정한 정의의 신은 독이 든 성배를 우리의 입술로 가져온다."

'독배를 삼킨 공룡 여당.' 지난해 총선에서 태어난 거대 여당이 혼자 폭주를 시작했을 때 전해드렸던 '앵커의 시선'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날개를 달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추락한 이카로스에 빗대, 수퍼 여당의 운명을 점쳤었지요.

1년도 지나지 않아 그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여당과 정권이 마신 것은 축복 대신 독이 든 성배였음을, 국민이 선거로 가르쳐줬습니다. 오만과 아집, 위선과 내로남불을 준엄하게 심판했습니다.

집권세력은 앞선 네 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알라딘의 램프나 도깨비방망이라도 얻은 듯 일방적 질주를 해왔습니다. 눈과 귀를 닫은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과 대북 저자세, 검찰 무력화에 몰두했습니다. 스물다섯 차례 부동산대책의 끝은 LH 직원 투기, 그리고 임대차법 발의자와 사령탑의 위선이었습니다. 41 대 0 이라는 패배는, 당헌까지 바꾸며 보궐선거에 나섰을 때 이미 예정됐을지도 모릅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가덕도 신공항을 띄우고, 뒤늦게 밑도 끝도 없이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남탓 전략에 열중했지만 모두 소용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선관위가 '내로남불'이라는 선거 현수막이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며 금지했겠습니까.

풀은 백성을 상징합니다. 옛 삼월삼짓날, 지금 이 무렵이면 들에 나가 푸른 풀을 밟던 풍습, 답청이 있었습니다. 시 인이 여린 듯 당찬 민초를 노래했습니다. "풀을 밟아라. 들녘엔 매맞은 풀, 맞을수록 시퍼런 봄이 온다."

민심을 물에 비유해 "물은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는 옛말을, 패자도 승자도 무섭게 실감한 어제 선거였습니다. 이제 대선까지, 누가 더 아프게 반성하고, 누가 더 오만과 아집을 버리느냐에 모든 것이 달렸습니다.

4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무서운 민심의 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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