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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구중궁궐 청와대

등록 2021.04.13 21:50

수정 2021.04.13 21:55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이 춤과 노래로 펼쳐지는 영화, '라라랜드'의 '라'는 LA, 즉 로스앤젤레스의 별명입니다. '꿈의 공장' 할리우드가 있어서 '꿈같은 세상'을 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비꼬는 표현이어서 "라라랜드에 산다"고 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꿈속에서 산다" "사리분별을 못한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듯 꿈은 아름답지만 현실은 가혹합니다.

"우린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삼국지의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행군하다 물이 떨어졌습니다. 병사들이 갈증에 허덕이자 조조가 앞산을 가리키며 "저 앞에 매실 숲이 있다"고 외쳤습니다. 병사들은 시디신 매실을 생각하며 입안에 침이 돌아 갈증을 잊었습니다. "이룰 수 없는 것을 환상으로 대신한다"는 고사 '망매해갈'입니다.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수급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있게…"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갈증 해소를 장담하면서 또 K방역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백신 보릿고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얘기여서 다시 한번 어리둥절합니다.

우리 백신 접종률은 시작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나도록 2.3퍼센트 밖에 안 됩니다. 추가 백신도입 일정과 분량도 불분명한데 설상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이 문제 돼 서른 살 미만은 제외됐습니다. 확진자는 계속 늘어 4차 대유행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달부터 노바백스 국내 생산이 시작돼 3분기까지 2천만회분이 공급된다"고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2분기부터 4천만회분을 도입한다던 정부 발표와는 차이가 큽니다. 더욱이 어디서도 승인을 받지 못해 심사가 늦어지면 그나마 계획도 다 틀어집니다. 대통령이 화상전화를 걸어 2분기로 도입을 앞당겼다던 모더나는 또 어떻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를 비롯해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 인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조조의 매실처럼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도 결정적일 때 한두 번이지 반복되면 불신만 쌓일 뿐입니다. 이제 누군가가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귀를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2018년 대통령에게 혼밥, 즉 밥을 혼자 먹느냐고 물었더니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더라는 얘기는 또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귀가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리기를 기다립니다.

4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구중궁궐 청와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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