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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General G' 우리만 모르냐?"…그날 아침 정치부 기자들의 고뇌

등록 2021.09.01 19:48

오전 7시 38분.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SNS에 쓴 문제의 'GSGG' 글이 정치부 단체대화방에 처음 보고된 시각입니다.

"도대체 뭘 더 양보해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을 제대로 통과시킬수 있는지... 박병석 ~~ 정말 감사합니다 역사에 남을 겁니다. GSGG"

이 글을 본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GSGG가 무슨 뜻이냐?"

"(개XX) 욕설 아닌가?"

조롱조의 문장에, '의장님'이란 호칭도 없었기 때문에 욕설이란 심증이 컸지만 기사를 심증으로만 쓸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또 다른 기자는 해킹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그만큼 상상하기 힘든 표현이었으니까요. 김 의원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이런 해명이 돌아왔습니다.

"별 내용이 아닌데. 정치권은 국민의 일반의지에 서브해야한다는 뜻입니다. Government serve general G"

'General G'라…. 이거 무식해서 우리만 모르는 건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런 해석은 없었습니다. '카이스트 녹색성장 대학원'이 'GSGG'라는 약자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안 건 부가적인 소득이었습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마친 또 다른 기자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약자입니다"

데스크 사이에서도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우리가 모르는 단어일 수도 있다'는 반론이 나온 겁니다. 그렇게 해서 최종 결정된 기사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與 김승원, '언론중재법' 처리 무산 뒤 "GSGG" 무슨 뜻?"

다소 밋밋한 제목이지만 우리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고 독자가 판단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사가 노출된 시간은 최초 보고 이후 1시간 반이 지난 오전 9시 10분. 언론사 가운데 가장 빠른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시간에 모 언론사와 동시 노출)

SNS 글을 기사로 노출하는 과정 하나도 이렇게 수많은 고민과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집니다. 그 해명이 궤변에 가깝더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누군가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민형사상 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이 미비해서 기자들이 자기 멋대로 '악의적인 허위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죠. 'GSGG' 기사의 노출 과정을 이렇게 세세하게 설명해드린 이유입니다.

'GSGG' 논란을 키운 건 해명이 한 몫 했습니다. 'GSGG'는 실수로 치부한다고 하더라도 'General G' 해명은 진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의도 역시 다분히 악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언론개혁' 선봉에 계셨던 김승원 의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수차례 언급하셨던 바로 그 '악의적인 가짜뉴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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