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

[취재후 Talk] 엘시티 회장 아들 '32억 사기' 보완수사 요구만 두번째…"검찰 기준 명확해야"

등록 2021.09.04 14:24

수정 2021.09.04 20:10

[취재후 Talk] 엘시티 회장 아들 '32억 사기' 보완수사 요구만 두번째…'검찰 기준 명확해야'

엘시티 이영복 회장 아들 이 모 씨가 “상업시설을 제공하겠다”라며 쓴 각서

▲경찰, ‘32억 사기’ 엘시티 회장 아들 기소 의견 송치

경찰이 지난 5월 해운대 엘시티(LCT) 이영복 회장 아들 이 모 씨(49)에 대해 사기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고소인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6월 지인을 통해서 피해자 A 씨를 만납니다. 이 씨는 피해자에게 “내가 엘시티 시행을 한 이영복의 아들이라 이사들을 통제할 능력이 된다. 엘시티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업시설을 넘기고 독점 지위도 줄 수 있으니 나에게 32억을 빌려달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6월 두 차례 걸쳐 A 씨로부터 32억 원을 건네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상업시설을 A 씨에게 넘겨주지 않자 고소를 당했고, 경찰은 사기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후 Talk] 엘시티 회장 아들 '32억 사기' 보완수사 요구만 두번째…'검찰 기준 명확해야'
엘시티 이영복 회장 아들 이 모 씨가 “상업시설 제공 대가”로 받은 수표


▲검찰, 두 번째 보완수사 요구…경찰은 32억 사용처도 확인

서울중앙지검 형사 7부(부장검사 이만흠, 주임검사 윤국건)는 사건을 송치받은지 10일 만에 경찰에 첫 번째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보완수사는 지난해 2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생긴 제도입니다.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고, 대신 검찰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취재후 Talk] 엘시티 회장 아들 '32억 사기' 보완수사 요구만 두번째…'검찰 기준 명확해야'
 


중앙지검은 경찰에 “엘시티(LCT) 회장 아들 이 모 씨가 피해자에게 32억원을 받은 뒤, 이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정확히 확인해 볼 것”을 지시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이 돈을 엘시티(LCT) 회사에 입금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는 유흥업소나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1차 보완수사를 마친 뒤 지난 7월 다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사건을 송치 받은 지 3주 만에 경찰에 두 번째 보완수사를 요구했습니다. 두 번째 보완수사를 요구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검찰에서도 수사가 잘못돼서 다시 하라는 요구를 한 것은 아니고 앞으로 기간 내에 다시 보완수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꼭 이 사건만 아니라도 검찰·법원에 형식적인 보완수사 요구가 많이 내려온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 A 씨 측은 “엘시티(LCT) 회장 아들 이 모 씨의 사기 혐의는 명백한데, 너무 시간을 끄는 것 같아 걱정된다”라고 말합니다.

 

[취재후 Talk] 엘시티 회장 아들 '32억 사기' 보완수사 요구만 두번째…'검찰 기준 명확해야'
윤석열 장모(위쪽)와 이용구 / 연합뉴스


▲두 차례 보완수사 요구 내려온 尹 장모 사건…이용구는 0차례

실제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는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올해 1월 보완수사 지시는 2923건, 2월 5206건, 3월 6839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상반기에 보완수사 요구만 3만 5098건으로 송치사건의 11.2%에 달합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를 줄이고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보완수사 요구 기준이 공정한가는 의문도 듭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 수사대도 올해만 두 번째 보완수사 요구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의 장모가 추모공원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올해 두 차례나 ‘무혐의’ 의견으로 ‘불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 수사의 핵심적인 사항 가운데 일부 오류가 있어 다시 수사해야 한다”라며 보완수사를 요구한 상태입니다.

검찰은 반대로 이용구 전 차관에 대해서는 한차례 보완수사 요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 폭행이 벌어지고, 12월부터는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아직 아무런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7월 이 전 차관에게 증거 인멸교사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인사교체’ 등을 이유로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 장모와 이 전 차관 사건은 모두 같은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 수사대 사건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검찰이 여권과 야권 수사에 대해 다른 잣대를 가진 것 아닌가 우려합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이 그대로 기소 처분을 내리든지, 결과가 잘못됐다면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는데, 이 전 차관 사건은 두 달 가까이 쥐고만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원활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할 때 명확한 기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