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낙하산도 정도껏

등록 2021.09.06 21:50

수정 2021.09.06 21:56

동화처럼 즐거운 뮤지컬이지요. 은행원 부부가 말썽꾸러기 남매를 돌봐줄 보모를 구하려고 신문에 광고를 냅니다. 이튿날 수많은 지원자가 몰려오지만 어디선가 휘몰아친 바람에 다 날아가버립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요술쟁이 보모가 우산을 타고 유유히 내려옵니다. '낙하하는 우산'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그 명장면이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재현됐습니다. 그런데 한둘이 아니라 무더기로 낙하합니다. 초현실주의 명화를 패러디한 작품에서도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비처럼 내립니다.

영화 '쉬리'에서 어리바리한 신입 요원을 상관이 다그칩니다. 

"낙하산이지, 너?" 

그런 질문이 국회에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정형근 전 의원이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낙하산이 아니라 우주선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책금융기관 투자총괄 본부장에 내정된 전직 청와대 행정관을 둘러싸고 거센 '낙하산'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낙하산이라는 표현은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취업한 사안" 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 자리는, 혼자서 개인적으로 꿰찰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들께서 직접 대한민국의 미래와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민 공모자금이 투입되는 뉴딜펀드 운용기관 한국성장금융은, 최근 투자운용본부를 둘로 쪼개, 운용 전담 2본부를 신설하고 20조 원을 맡긴다고 합니다. 이런 자리에 어떤 사람이 가야 하는지, 만약 공개 모집을 했다면 또 어떤 사람들이 지원했을지 묻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그런데 조국 전 민정수석 당시 민정실 행정관을 지낸 내정자는 금융 자격증이나 자산 운용-투자 경력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상 문외한이라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융공공기관에서 재직한 임원 셋 중 하나가 친정부 인사나 퇴직 관료들이라는 집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 낙하산이 어디 금융계에만 떨어졌겠습니까?

대통령은 취임 후 4당 대표를 만나 "공기업 낙하산과 보은 인사는 없을 것" 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임기 말이 되도록 하늘에서 우산 쓰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끊이지를 않습니다.

9월 6일 앵커의 시선은 '낙하산도 정도껏'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