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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수사보다 모범"…공수처의 이색적인 조희연 브리핑 이유는?

등록 2021.09.07 14:20

수정 2021.09.07 14:25

[취재후 Talk] '수사보다 모범'…공수처의 이색적인 조희연 브리핑 이유는?

7월 27일, 공수처에 피의자로 출석하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 조선일보DB

▲조희연 혐의 대신 ‘레드팀’ ‘사건공보준칙’ 강조한 공수처

9월 3일 오전 10시 30분 과천 정부종합청사. 기자단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사건 브리핑 때문입니다. ‘코로나 19’로 기자 출입이 제한돼 제비뽑기까지 진행됐지만, 막상 열린 브리핑에서 기자들은 답답함만 느꼈습니다. 조 교육감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수처는 대부분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라고 답했습니다. 첫 공수처 브리핑 자료엔 검찰 브리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생소한 단어들이 가득했습니다.

“수사처에서는 수사를 마친 뒤에 수사팀과 레드팀 간에 공방이 있었고 공소심의위원들의 의견도 경청하였는바, 수사처는 최종적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한 점이 인정된다는 판단임.”

“공수처 훈령인 <사건공보준칙> 제6조는 공소제기 요구한 사건의 경우, ‘언론에 이미 공개되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중요 사건에 한정하여 공보를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공수처는 이 사건 공보의 적절성 여부와 공보 시 그 범위와 내용에 대하여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 인사들로 구성된 ‘공보심의협의회’의 의견을 들었고 장시간 논의 끝에 아래와 같은 심의 의견을 참석위원 과반으로 의결하였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건에 대한 공수처 브리핑 자료 중 일부입니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이 전교조 출신 등 해직교사 5명을 특혜 채용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런데, 브리핑 자료 어디에도 혐의를 보여주는 핵심 단어인 ‘특혜’ ‘전교조’ 같은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수사를 시작했다’ ‘공정한 과정을 거쳐 기소 의견을 결정했다’‘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라는 설명으로만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레드팀’ ‘사건 공보준칙’ ‘공보 심의 협의회’ 같은 단어들이 다수 등장한 겁니다.

 

[취재후 Talk] '수사보다 모범'…공수처의 이색적인 조희연 브리핑 이유는?
지난 3일, 공수처에서 ‘1호 사건’브리핑하는 김성문 부장검사 / 연합뉴스


▲“공수처는 수사보다 ‘모범’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

이러한 공수처의 ‘검찰과 다른’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공수처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는 법상 마음만 먹으면 다른 모든 수사기관을 압도하는 강력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수사권 행사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당장 1년은 사건 한 건만 처리해도 괜찮다. 대신 다른 수사기관이 이때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모범이 돼야 한다. 그런 기조에서 공수처가 인권친화적인 수사기관으로 적법절차를 지키는 모범을 직접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공수처가 다른 수사 기관들처럼 유죄를 이끌어 내기 위해 혐의를 줄줄이 설명하는 것보다, 적법절차를 설명하는 ‘모범’을 택한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인적 구성도 지적합니다. “만약 공수처 처장이나 차장이 전직 고위 검사가 임명됐다면 지금 무리한 수사로 논란의 중심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장과 차장 모두 판사 출신이 임명됐기 때문에 조용하지만 모범이 되는 행보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공수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견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취재후 Talk] '수사보다 모범'…공수처의 이색적인 조희연 브리핑 이유는?
6월 17일, 공수처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 조선일보DB


▲“비위 공무원 오히려 ‘공수처’ 수사 원해…국민 염원과 딴판”


하지만 이런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비위 공무원들이 너도 나도 공수처에 가서 수사를 받겠다고 난리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공수처가 인권친화보다는 ‘범죄자 친화’ 기관 아니냐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7대 허위 스펙’‘스폰서 검사’ 같이 한 줄로 설명 가능한 나쁜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을 징벌하면 되는 것이다”라며 “국민들도 수사기관이 나쁜 사람 잡아주기를 가장 염원한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공수처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올랐습니다. 일부에서는 “공수처가 이번 사건 고발만 기다리고 있었다”라는 말도 나옵니다. 공수처가 과연 이번 사건에서 어떤 ‘모범’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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