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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최장수 부총리의 비결

등록 2021.09.08 21:50

수정 2021.09.08 21:55

"비가 와도 좋아. 눈이 와도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

순식간에 남자와 여자를 오가는 미스터 트롯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한 사람이 부른 거 맞아?"

북한 무용수들이 요술 춤을 춥니다. 전광석화처럼 옷을 갈아입는 재주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 얼굴이 바뀌는 중국 전통기예 역시 마술 같지요. 가면을 겹겹이 쓴 뒤, 연결된 실을 번개같이 잡아당겨 벗는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안면을 바꾸고 한 입으로 두 노래 부르는 자들을 시성 두보가 나무랍니다.

"손 뒤집으면 구름 일고, 손 덮으면 비 내리니, 경박한 자들을 어찌 헤아릴까"

그래서 '정체를 밝혀라'고 다그치는 고대 가요를 떠올리게 됩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먹어 버리겠다"

"(나라 곳간에) 쌓아놓으셨다 그러는데, 제가 보기에는 비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재정은) 선진국에 비한다면 상당히 탄탄하고…"

두 말이, 한 입에서 나온 것 맞습니까. 홍남기 부총리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는 솜씨가 전광석화 같습니다.

내년 나랏빚이 천조 원을 돌파합니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태어난 아이가 고3이 되면 1억 원씩 빚을 떠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런데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라"고 여당 의원이 다그치자 "국가 채무가 가장 양호한 수준" 이라고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겁니다. 과거 어느 누구를 소환할 필요도 없이 과연 경제부총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그가 천 일 넘게 국가경제 사령탑에 머무는 동안 예산이 문재인 정부 출범 때보다 50퍼센트나 폭증했습니다. 추경 합쳐 예산을 열 번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를 285조 원이나 불려놓았습니다. 2년 연속 백 조원 넘는 적자 국채를 발행하고도 내년에 6백조 원대 수퍼 예산을 짰습니다.

곳간을 지키기는커녕 퍼주기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다, 국가채무 비율이 60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재정운용계획에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2023년부터 그렇게 하라는 겁니다. '우리는 펑펑 쓸 테니 다음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거지요.

그는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면 잠깐 반대하는 시늉만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끌려다니기 일쑤였습니다. 사표 소동 역시 번번이 쇼였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왔고 '홍 백기' '홍두사미'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얻었습니다. 그 대신 최장수 경제부총리 기록 보유자가 됐는지도 모르지요.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영원하고 국민 역시 국가와 함께 합니다. 국민의 미래가 달려있는 국가 창고를 이렇게 부실하게 관리해 놓고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경제부총리를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듯 합니다.

9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최장수 부총리의 비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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