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머니의 이름으로

등록 2021.09.15 21:50

수정 2021.09.15 21:53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일입니다. 무너진 집 잔해를 온몸으로 막고, 웅크린 채 숨진 엄마 품에서, 아기가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기 포대기 속 휴대전화에 이런 문자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보배야. 살아남으면 꼭 기억해다오. 내가 널 사랑했다고…"

인도 철학자 라즈니시가 말했습니다. "위기가 닥쳐 아이와 어머니 중 한 명만 구제받는 상황이라면, 어머니는 언제나 아이가 살아야 한다는 각오가 돼 있다"고. 하지만 아이가 엄마 배 속에 있다면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가족, 의료진 모두 태아를 포기하라고 하기 때문이지요.

뉴질랜드의 이름난 마오리족 변호사가 임신 직후 암이 재발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의사는 당장 낙태하고 항암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그는 끝내 거부했습니다. 암세포가 퍼져가는 고통을 참아낸 끝에 아기를 낳고 두 달 뒤 숨을 거뒀습니다. 남편은 그 두 달이, 아내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때였다고 전했습니다.

영국의 스물여덟 살 엄마가 작년 말 병원에서 슬픈 소식과 기쁜 소식을 함께 들었습니다. 오른쪽 다리에서 뼈암 골육종이 재발했다는 사실과, 셋째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의사는 낙태 후 항암치료와 다리 절단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주저 없이 다리를 포기했습니다. 곧바로 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를 마다하고 목발을 짚고 생활했습니다. 태어날 아기의 건강을 위해서 였습니다. 그는 뒤이어 폐암 말기 진단까지 받았지만 끝내 건강한 아기를 얻었습니다. 그가 엊그제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는 한,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두 달 전에도 비슷한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선천성 척추병을 앓던 엄마가 아기를 가진 뒤 약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그러자 임신 18주에 다리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의사는 전신마비까지 올 수 있다며, 다시 약을 먹으며 치료할지, 아이를 낳을지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역시 엄마는 아기를 선택했습니다. 하반신에 번지는 고통을 버텨내 출산한 직후 한쪽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위대한 모성을 전하는 얘기가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유대 금언집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보냈다"

어머니의 무조건 무한정한 사랑은, 인간에 기울이는 신의 사랑과 닮았습니다. 추석이 다가옵니다. 벌써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대문 밖을 내다보고 계실지도 모르지요.

9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어머니의 이름으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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