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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구린 냄새가 진동하는데

등록 2021.09.27 21:50

수정 2021.09.27 21:53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라"

곤장을 대신 맞아주기로 하고 맷값을 벌어온 흥부가, 아내에게 으스대는 '돈타령' 입니다. 돈이란, 사람 목과 부귀공명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무소불위 힘을 지녔다고 찬양합니다.

조선시대 각설이들이 부르던 '돈타령'은 "개성 장사치의 발 구린 돈"으로 시작합니다. 개성 봇짐장수들은 돈을 산적에게 빼앗길까봐 버선 속 발밑에 깔고 다녀 구렸다는 얘기입니다.

돈 냄새를 동취라고 합니다. 동전 구리냄새, 그러니까 이 '구릿내'를 가리키지요. 구린내와 어감이 비슷하지만 돈 구린내만큼 사람들이 파리떼처럼 꼬이는 냄새도 드뭅니다.

민족시인 김소월도 돈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말년에 술에 빠져 쓴 '돈타령'은, 그의 서정시와는 딴판입니다.

"내(돈)가 누군 줄 네 알겠느냐, 내가 곧장 세상이라" 

'단군 이래 최대 수익율'을 올렸다는 성남 대장동 개발의혹이 점입가경 아수라장입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개발시행사 화천대유에서 월급 3백만원 안팎을 받으며 7년 근무한 퇴직금이 50억 원입니다. 전 직원 열여섯 명의 5년 임금과 맞먹는, 터무니없는 거액입니다. 아들의 화천대유 취직을 주선했던 곽 의원은 "화천대유가 그만큼 벌었으니까 준 것 아니냐"고 했지만 어느 누가 납득하겠습니까. 국민의힘 탈당으로 끝날 일은 아닌 듯합니다.

대장동 주변에 모여든 법조인들의 면면은 더 대단합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월 천5백만원을 받으며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했습니다. 그는 우연찮게도, 이재명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사건에서 무죄 표를 던져 이 지사를 벼랑 끝에서 구출했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대장동 로비사건의 변호인과 수사지휘 책임자가 무죄 판결이 난 뒤 화천대유 고문과 자문변호사가 된 건 또 어떻게 봐야 합니까. 화천대유 법률고문 명단에는 전직 검찰총장도 있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화천대유는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주역 문구입니다. 그런데 대장동 개발은 눈먼 돈이 펑펑 솟아나는 샘, 이 화천(貨泉)을 방불케 합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이자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주장합니다. 아무리 대선판이지만 치적을 내세우기 전에 유감 표명을 먼저 하는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겁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군 이래 무엇이 최대였는지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또 밝혀질 겁니다.

9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구린 냄새가 진동하는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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