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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이 무슨 죄입니까

등록 2021.12.20 21:51

수정 2021.12.20 21:54

석굴암 본존불을 에워싼 부조상들은 부처의 10대 제자입니다. 그중 아홉이 얼굴을 모로 돌리고 있는 것과 달리, 한 시 방향에 선 이 제자만은 부처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석가모니의 아들 라훌라 존자입니다. 라훌라는 장애, 굴레, 속박을 뜻합니다. 아들이라는 인연의 끈에 매여 번민을 부르고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의미지요. 석가는 가족을 버리고 성불한 뒤 아들을 만났습니다. 라훌라가 절을 올리며 말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너무 깊습니다"

라훌라는 출가해 홀로 깨달음을 얻고 마침내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요.

시인이 어느 스님께 수발 드는 행자를 들이시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합니다. 석가도 자식 이름을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요. 시인은 "자식이 원수"라고 소리치던 어머니, "처자식이 걸림돌" 이라고 푸념하던 후배를 떠올리며, 세상 사는 데 걸림돌만큼 좋은 핑계거리도 없다고 꼬집습니다.

"자식을 둔 죄인이니까, 문제가 있는 점들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아들의 불법도박에 대해 거듭 사과했습니다. 성매매 의혹은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부인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한 사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이재명- 윤석열 후보 가족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이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후보 가족도 검증을 피할 순 없고,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합니다만 이른바 '가족 리스크'가 온통 뒤덮어버린 듯한 선거는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거기에다 여야 선대위 관계자들이 공작설과 음모론을 주장하고 서로 험악한 말로 삿대질을 해대면서 유권자의 냉소와 혐오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의 욕설 녹취와 윤 후보 부인의 사생활 의혹까지 되살아나면서 인물 평가도, 정책도, 미래도 알 수 없는 먼지폭풍 속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쯤이면 "선거야말로 우리 사회 최대의 암" 이라는 탄식이 남의 얘기 같지가 않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국민을 일으켜 세워 힘과 용기를 북돋워야 할 리더십은 보이지 않고 드잡이질만 난무하니, 도대체 국민이 무슨 죄가 있어서 이런 선거판을 봐야 합니까. 이래서는 대선 끝나고 나서가 더 걱정일 따름입니다.

12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이 무슨 죄입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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