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CSI] 라테파파 4만명 코 앞인데…아빠 육아시설 '부족'·위생 '엉망'

등록 2021.12.21 21:31

수정 2021.12.21 21:43

[앵커]
이렇게,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 육아휴직자를 '라테파파'라고 부릅니다. 한 손엔 커피를 들고, 다른 손으론 유모차를 민다는 뜻이라고 하는데요. 그럼 우리가 다니는 곳곳은, 아빠가 아이를 돌보기 괜찮은 상황일까요. 아이 기저귀를 가는 장소를 찾는 것 부터 쉽지 않았는데, 장소를 찾았다 해도 이건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소비자 탐사대 윤서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47년 전 세계 최초로 남성 육아 휴직제를 도입한, '라테파파' 원조국, 스웨덴입니다.

대형 쇼핑몰에도 양성 평등을 상징하는 '모두의 화장실' 앞엔, 기저귀 교환대에 커튼으로 공간이 분리된 수유공간도 마련돼 있습니다.

단숨에 라테파파 4만 명선에 다가선 국내 사정은 어떨까.

복직한 아내를 대신해 지난 5월부터 육아휴직 중인 이 회사원은, 18개월된 아들과 밖을 나설 때마다 긴장의 연속입니다.

비교적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대형마트도 남성 화장실엔 기저귀 교환대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전웅병 / 경기도 용인시
“장애인 화장실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없는 경우도 많고. 길에서 기저귀를 간 적도 몇 번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내 자치구 한 곳을 전수조사 해봤더니, 공중 화장실 49곳 중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건 절반 이하인 23곳. 남녀 화장실 양쪽 다 갖춰진 곳은 7개에 불과했습니다.

인근 유명 쇼핑몰은 어떨까. 남성 화장실 10곳 모두 육아 편의시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쇼핑몰 직원
"모르겠어요. 그럼 여기 00마트 가세요." 

마트 직원
“식당쪽으로 가시면 돼요. 그쪽에 없으세요? 확인해볼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개방 화장실도 사정은 마찬가지. 가까스로 찾아낸 유아용 보조의자에 휴지가 놓여져 있는가 하면, 기저귀 교환대에도 정체불명의 검은 때가 묻어 있습니다. 잠긴 어린이용 화장실 안에 쓰레기만 뒹구는 곳도 있었습니다.

남성 화장실에도 육아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서울시에서 무궁화 5개를 받은 우수 개방 화장실입니다. 세균 오염도는 얼마나 되는지 한 번 체크해보겠습니다.

기저귀 교환대는 공중위생 기준치를 넘어섰고, 유아용 보조의자도 성인용 변기보다 오염도가 높았습니다.

"안 써요. (왜요?) 몰라요."

육아의 양성평등을 논하기 전에, 상업시설 남성 화장실에 기본 육아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는 등 일상의 양성평등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소비자 탐사대, 윤서하입니다.

관련기사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