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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물어 무삼하리오

등록 2021.12.21 21:51

수정 2021.12.21 21:56

"당신은 '뉴클리어' 발음도 못하지. 때로 뇌는 쓸모가 있지만 당신에겐 소용없어"

부시와 케리 후보가 격렬하게 치고받았던 2004년 미국 대선을 풍자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당신은 알맹이 없는 말만 잔뜩 늘어놓지. 말은 또 얼마나 잘 뒤집는지"

부시는 TV광고에서, 케리가 이라크전에 대해 했던 오락가락 말 바꾸기를 부각시켜 승기를 잡았습니다.

아버지가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재선에 실패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지요.

파이프 오르간은 여든 개에 이르는 버튼 '스톱'으로 음량을 조절합니다. 밀어넣어 파이프를 닫으면 소리가 '멈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반대로 한껏 당기면 큰소리가 울리는 데서 나온 말이 '모든 스톱을 빼낸다' 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본다'는 뜻이니까 도박용어 '올인'과도 통합니다.

'천사처럼 군다'는 말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경기에서 온갖 화려한 개인기를 발휘해 상대를 따돌리는 선수를 가리키기도 하지요.

민주당과 정부가 내년 부동산 보유세를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 제안을 받아들여 고령자와 1주택자의 보유세 납부 유예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세금은, 지난 5년 집값과 전·월셋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기어이 고집했던 부동산 정책의 중요한 바탕이자 수단이었습니다.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고라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이 후보는 더 강도 높게 "공시가격을 높이고 보유세와 취득세, 양도세를 무겁게 매겨 불로소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말이 달라졌는지 의문을 갖는 건 너무 순진한 탓일까요?

한해 동안 유예했던 공시가 인상분이 한꺼번에 반영돼 세금 폭탄이 커지지 않느냐는 질문도 하나 마나 하겠지요.

정부는 왜 또 내년 3월까지 전기와 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걸까요.

소규모 사업장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료, 전기-가스요금은 왜 3월까지 유예해주겠다는 건가요.

내년에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 중 절반이 넘는 자리를 1월에 채용하겠다는 이유도 안 물어보는 게 낫겠지요.

선거 때만 되면 집권당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사실 그리 궁금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질문만은 꼭 하고 싶습니다. 국민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게 정 걱정스럽다면, 실패한 부동산 정책부터 뜯어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12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물어 무삼하리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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