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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치, 벼랑 끝에 서다

등록 2022.01.04 21:50

수정 2022.01.04 21:57

"아, 이게 무슨 짓이야. 가족끼리!" 이야기꾼 김영하의 단편소설을 영화로 옮긴, 막장 가족의 블랙 코미디입니다.

무능한 주정뱅이 아버지와 가출에서 돌아온 아들이 뒤엉켜 힘겨루기를 합니다. 집안 주도권을 쥐려고 서로 물고 뜯는 서열 다툼을 벌입니다.

"가장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고, 사회가 바로 서는 거 아니야?"

이 미식축구 구단도 콩가루 집안입니다. 전미 챔피언을 연달아 거머쥔 명문구단이었지만 패배의 수렁에 빠지면서 관중은 줄고 선수들은 노쇠해갑니다.

돈에만 관심이 있는 구단주와 오만한 신인 선수는 사사건건 감독과 충돌합니다.

하지만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팀 진용을 완전히 새롭게 짠 뒤 선수들에게 열정적인 연설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지옥에 떨어져 있다. 하나의 팀으로 소생할 것인가, 뿔뿔이 흩어져 죽을 것인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국민의힘 선대위와 원내 지도부가 완전히 붕괴되며 제1야당이 대혼돈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와 상의하지 않고 시도한 새 판 짜기여서, 윤 후보의 결심 여하에 따라 국민의힘 선거체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기로에 섰습니다.

국민의힘이 봉착한 총체적 위기는 백 퍼센트 스스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한 달 넘게 비틀걸음으로 오면서 콩가루 집안의 어처구니없는 자해 소동이 끊이지 않았기에, 말 그대로 콩가루처럼 분해돼 날아가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선대위 주도권이라는 그 알량한 콩고물을 두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더니, 당 대표가 당과 국민이 뽑은 대통령 후보를 비아냥거리는, 눈 뜨고 못 볼 지경까지 왔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이 대체 무슨 염치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는 것인지 황당할 따름입니다.

정권 교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으니 우리는 어떻게 해도 된다는 오만함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습니까?

결국 그 모든 책임은 윤석열 후보에게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성찰과 반성, 실행력과 포용력을 발휘해 다시 한 팀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뿔뿔이 흩어져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야를 떠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라면 이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에게 큰 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절망을 안겨주는 선거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오는 3월 9일 누구를 선택하든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1월 4일 앵커의 시선은 '정치, 벼랑 끝에 서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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