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기가 막힙니다

등록 2022.01.11 21:51

수정 2022.01.12 08:29

"제가 이 토론의 사회자입니다"

재작년 미국 대선 첫 TV토론에서, 발언 차례도 아닌데 혼잣말을 해대는 트럼프를, 사회자가 제지합니다.

그래도 말을 끊고 계속 끼어들자 바이든이 못 참고 한마디합니다. 

"이봐요, 입 좀 다물어 줄래요!"

벤저민 프랭클린을 비롯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민주적 토론문화를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배웠다고 합니다.

부족연맹 이로코이족 회의에서는 이 '토킹 스틱'을 쥔 사람만 발언할 수 있고, 누구도 끼어들거나 찬반을 말할 수 없습니다.

발언자는 자신의 뜻을 다들 정확히 이해했는지 거듭 확인하고 나서야 옆 사람에게 지팡이를 넘깁니다.

그렇게 모든 참석자가 차례로 말하고 들으면서 소모적 논쟁은 사라지고, 창조적 아이디어와 대안이 나오게 되지요. 스스로를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 이라고 불렀던 이로코이족이 식민지시대 2백년을 버텨낸 비결이 바로 '듣는 힘' 이었습니다.

김동연 새로운 물결 대선후보가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시절, 대통령이 주재하던 청와대 회의 풍경을 전했습니다.

"부동산대책 할 적에 크게 싸웠습니다. 거의 고성이 오갔어요. 대통령께 보고하는 중에 생긴 일이니까… 거의 1대15, 1대20으로 싸웠지요"

김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차익에 백 퍼센트 세금을 물리자"는 핵심 관계자 말에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미쳤냐"고 거절해 분위기가 나빴다고 했습니다.

당시 부동산은 김수현 사회수석이 맡았고 정책실장은 장하성 주중대사였습니다.

그는 또 "부동산에 정치 이념이 들어가면 안 된다며 공급 확대를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부총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있고,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도 많이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습니다.

결국 정부는 규제일변도 정책과 최고 82퍼센트에 이르는 중과세를 밀어붙였고, 치솟은 집값은 수많은 국민을 좌절에 빠뜨렸습니다.

그러고서야 대통령은 후회했습니다.

"우리가 좀 더 부동산, 특히 주택의 공급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김 후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인상 때도 고성이 오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직 1년 반 동안 이어졌던 반시장적 정책들의 책임에서 김 후보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제 와 "청와대와 싸웠다"고 하는 것 역시 마음에 걸립니다만, 국가 백년대계가 이런 식으로 다뤄졌다고 생각하면 가슴에 차오르는 허탈감을 차마 누르기 어렵습니다.

1월 11일 앵커의 시선은 '기가 막힙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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