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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등록 2022.01.12 21:52

수정 2022.01.12 22:50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고스란히 맞는 것이 더 고귀한가"

명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번민하는 '햄릿'의 독백을 비장하게 뇌까립니다. 누구인들 평정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겠습니까. 

"거 나를 부르는 것이 누구요. 나 아직 여기…"

윤동주는 '무서운 시간'에서 암울한 식민지 청년의 절망을 토해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내 죽는 날, 나를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 입니다.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법의학자 강신몽 교수가 죽음의 진실들을 모은 책 제목이지요.

그는 군의관 시절 삼청교육대에서 실려 나온 애꿎은 주검들을 보고 법의학에 입문했다고 합니다. "죽음의 이유를 찾아내 원통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다짐은 비단 법의학에만 그치지 않을 겁니다.

대장동 의혹으로 조사받던 성남시 전현직 간부 두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의혹 제보자가 숨졌습니다.

이 후보와 직접 간접으로 연관된 의혹의 실마리를 쥔 사람들이 한 달 사이 세 명이나 유명을 달리한 겁니다. 우연치고도 참으로 공교로운 우연입니다.

제보자는 민주당이 허위 주장으로 고발해 수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유서도, 타살 혐의점도 보이지 않아 부검으로 사인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앞서 대장동 사업 관계자 두 사람이 숨진 것은, 이재명 후보도 말했듯 '몸통은 놔두고 주변만 문제 삼다가 일어난' 비극입니다.

김문기 처장만 해도 "하라는 대로 했는데,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느낌"이라고 했지요.

그렇듯 대장동 수사가 윗선 근처도 못 가고 제자리걸음을 하던 중, 김만배 씨 측의 법정 발언은 당연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성남시와 이재명 시장이 지시한 방침에 따랐을 뿐" 이라며 배임을 부인한 겁니다.

TV조선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사가 이 후보 측 반론을 충분히 반영했는데도, 민주당은 스무 곳 넘는 언론을 제소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법정 증언 보도까지 재갈을 물려, 전체 관련 보도를 위축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품고 갔을 한과 가족의 원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윗선까지 제대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언론도 그 진실을 추적하는 일을 주저해서는 결코 안 될 겁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이 꺼내 드는 고전적 레퍼토리가 언론의 선거 개입입니다.

그러나 언론이 이 압박을 두려워해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보다 더한 선거 개입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언론의 존재가 가장 빛나는 순간입니다.

1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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