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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알짜' 빼내는 '쪼개기 상장'…주주권 침해 논란

등록 2022.01.17 21:43

수정 2022.01.17 22:06

[앵커]
앞서 보신대로 LG에너지솔루션은 흥행 대박을 터뜨릴 태세지만, 모기업인 LG화학의 주가는 곤두박질쳤습니다. LG화학의 일반 투자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 이른바 '쪼개기 상장', 이대로 괜찮은지 지금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최원희 기자, 소액 주주들 반발이 상당한 모양이지요.

[기자]
맞습니다. 주가가 많이 빠졌습니다. LG화학 주가는 지난해 초 100만원을 넘었지만 현재는 약 30% 폭락한 70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주가가 고공행진 했던 이유는 배터리 사업의 성장과 기대감 등이 크게 반영됐던 건데요. 알짜 사업이 빠지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볼 뿐 아니라, 자회사 주식도 받지 못합니다.

[앵커]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주주권 침해 논란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기자]
네, 지난해 SK케미칼은 바이오를, 따로 떼어내 상장했는데, 1년 전보다 주가가 절반 넘게 하락했습니다. 올해 이마트는 온라인쇼핑몰, 카카오는 지난해 은행, 페이에 이어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등 자회사 상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중복 상장이 반복되면 주주권 침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죠.

[앵커]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배신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기업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겠죠?

[기자]
기업 입장에선 신산업을 키운다는 명목이 큽니다. 신규 자금을 끌어모아 설비, 인력 등에 투자할 좋은 기회가 되는거죠.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용진 /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혁신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다, 긍정적으로 보면 그렇게 보는 거고 부정적으로 보면 3세, 4세의 지배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

[앵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는 주주 보호가 너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긴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지만, 동시 상장은 드뭅니다. 특히 미국은 소액주주 집단소송 같은 제도가 잘 마련돼 있기 때문에 섣불리 자회사를 상장하기 어렵습니다. 구글은 유튜브 등 상장할 만한 알짜 자회사들이 있지만 따로 상장하지 않고 있죠. 일본도 동시 상장 비율을 계속 낮추고 있는데, 당국이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필요한 경우 상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앵커]
해외에선 주주권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는 거죠?

[기자]
네, 그래서 국내에서도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검토에 들어갔는데요. 자회사가 상장할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를 주거나, 이사회의 책임 규정에 주주에 대한 의무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정동일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개미가 모이면 굉장히 무서운 목소리가 될 수 있거든요.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의 어떤 감소된 가치를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야"

[앵커]
이런 일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결국 기업도 그 피해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 분명하지요. 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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