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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임은정 "중요한 건 검찰의 사과"…檢 게시판 "인플루언서의 논평"

등록 2022.04.28 19:48

[취재후 Talk] 임은정 '중요한 건 검찰의 사과'…檢 게시판 '인플루언서의 논평'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 조선일보DB

'검수완박' 입법으로 검찰 내부게시판이 시끄러운 요즘,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묻는 글이 28일 올라왔습니다.

법무부 교정공무원 A 씨가 감찰담당관실로부터 동료 교도관에 대한 과잉 감찰 의혹 등으로 감찰을 받다 24일 숨진채 발견됐는데, 이에 대한 임 부장검사의 입장을 묻는 내용입니다.

■檢 내부 게시판 "임은정, 최소한 유감 표명 해야 하지 않나"

송봉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1부 부부장검사는 28일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임은정 부장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송 부부장검사는 "어제 임은정 부장의 글에 입장표명을 댓글로 요구했는데 묵살당했다"면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조사를 받던 교정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소한의 관례에 따라 유감 표명은 해야 하지 않는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교정공무원의 사망을 두고 ‘모든 법무검찰 구성원이 자성하고, 성찰해야 할 일인데 아무도 하지 않는다’라며 남의 일처럼 유체이탈 화법을 쓰실 생각이라면 ‘이번에는 남 일이 아니라 당신 일이다’라고 명확하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자성과 성찰의 주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임 부장검사가 그동안 주장해 온 ‘검찰 과거사 반성’에 대한 문제점을 하나씩 지적했습니다.

송 부부장검사는 "사건처리에 문제점이 있다면 해당 사건을 담당하거나 관여한 사람들이 반성하면 되지 않겠냐"며 "검찰의 과거사가 있었을 때 검사 또는 검찰 공무원이 아니었던 사람들이 왜 옛날 일에 반성하고 살아야 하는지"도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반성하라며 반성의 말을 강요한 후 그 다음 나오는 각종 요구사항이 정말 원하는 바이고 검찰을 손아귀에 넣어 길들이는 굴종의 과정이며, 자백을 강요하는 불법조사와 다르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문도 모른채 부장님으로부터 반성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피해자 중 한명이며, 나중에 들어온 후배들은 더욱 큰 고통을 받았다"고 썼습니다.

■ 임은정 "검찰, 잘못 겸허하게 인정하고 목소리 내야"

논란은 27일 오전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습니다.

임 부장검사는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메뉴얼 소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잘못은 잘못으로 겸허하게 인정하고, 고칠 것은 신속하게 고치면서 목소리를 내야 설득력이 있다"고 했습니다.

검수완박 입법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검찰의 과거사 구형과 관련해 먼저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쓴 겁니다.

제주 4.3사건과 광주 5.18 관련 특별재심 등 국가배상 소송사건을 예시로 들기도 했는데, "공안시스템에만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이 게시되어 있어 공판검사가 관련 법령과 직무상 의무에 대한 고민이 깊지 못하고 대검 공안부 매뉴얼도 알지 못하면, 종래 관행에 따라 백지구형을 할 수 있겠다 싶어 검사 게시판에 급히 소개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5년간의 징계 취소 소송으로 고생스럽게 징계를 취소시켰고 3년째 1심 진행이 지지부진한 국가배상 소송사건의 원고로서 그분들의 심정과 입장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잘못은 잘못으로 겸허하게 인정하고 고칠 것은 신속하게 고치면서 목소리를 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낄낄빠빠” “검수완박 논평 왜 안하나”… 검찰 선후배 비판 댓글 봇물

이 글이 게시된 지 5분여 만에 비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5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임 담당관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박철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이 가장 많은 댓글을 남겼는데요,
박 분원장은 "임 검사님의 경험과 식견은 전체 검찰 구성원들이 가진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라며 "단편적인 경험만을 토대로 검찰에 대해 논평하는 모습에 대해 스스로 두려운 생각이 안 드냐"고 지적했습니다.

박 분원장은 또 다른 댓글에서는 "제가 임 검사님을 부하 검사로 지휘, 감독한 후 평가 결과를 상세히 적어 법무부에 보낸 있는데 이를 공개해 달라"며"인플루언서로서 갖는 사회적 위상에 비추어 부장검사로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대중들에게 큰 관심사"라고 말했습니다.

또 "임 검사를 부하로 데리고 있던 검사가 언행에 환멸감을 느껴서 명색이 지청장임에도 지청에 출근하기 싫어했다는 얘기는 왜 안 쓰냐"며 "제가 한 말 중 허위가 있으면 지적해 달라"고 했습니다.

박 분원장은 2018~2019년 청주지검 충주지청장을 지냈고, 이 시기 임 부장검사는 충주지청 형사부 부장검사였습니다.

이날 송봉준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도 댓글에 "법무부 감찰 중에 감찰 대상자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았다"며 "그에 대해 입장 표명은 어려우시냐"고 물었습니다.

또 "인플루언서로서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논평을 부탁드린다"고도 했습니다.

검수완박에 침묵하는 이유를 묻는 댓글들도 이어졌습니다.

공봉숙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온갖 검찰 사건에 대해 다 논평하시면서 검수완박 사태에 대한 논평은 왜 안하시는지, 검찰은 해체돼도 할 말이 없다는 분이 재심 사건 매뉴얼은 왜 들먹이시는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댓글엔 "의도가 뭐냐"며 "오만한 검사들 사이에서 나혼자 성찰하고 검찰을 바른 길로 인도했는데,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이꼴 날 줄 알았다는 거냐"고 했습니다.

"하도 우려서 별 감흥이 없다"며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감 찾으시라"는 댓글부터 "누구 보라고 글 올리시는 건가. 존경하는 국회의원님들께 여쭙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은 이 때에 굳이 이런 질문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정말로 궁금하다"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임은정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보다 더 중요한 건 검찰의 사과"

검찰 내부망에 비판 댓글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임 부장검사는 27일 오후 6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사 재심 사건 피고인에게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보다 더 중요한 건 검찰의 사과이고, 검사의 무죄구형"이라고 썼습니다.

임 부장검사는 "제주4.3사건 사법 피해자분들의 재심 공판에서 검사가 무죄귀형을 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과거사 재심사건 무죄구형이 이제 자리 잡았구나 싶어 뿌듯해했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지법 광주 518 관련 특별재심 사건 법정에서, 검사가 또다시 재판부에 판단을 맡기는 소위 '백지구형'을 했다는 목겸담을 인터넷에서 접했다"고 했습니다.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린 취지에 대해선 "벗님의 재판 목격담을 제 담벼락 댓글에서 접하고, 관련 업무를 담당할 동료들에게 무죄구형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오늘 오전 아주 오랜만에 내부망에 글을 올리며 대검 공안부의 과거사 재심 사건 대응 매뉴얼을 공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이번에는 예상대로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요청하는 검사들이 많다. 제 징계사유 중 하나가 검사게시판 글 게시였고, 검사게시판 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며 언행에 신중하라는 댓글 릴레이 소동도 겪은 바 있다"면서 "업무도 업무려니와 국가배상소송, 재정신청, 고발사건 등으로도 바빠 제가 자체 수립한 검찰개혁 2차 5개년 계획의 계속 추진을 위해 필요한 만큼,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수위를 지켜 발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2019년 행안위 국감에서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며 "검사로서의 염치의 문제라, 차마 입을 떼지 못한다"고도 말했습니다.

임 부장검사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28일 현재 11만2천명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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