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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급하게 열린 정몽규 HDC 회장의 기자회견…퇴출 막으려는 안간힘?

등록 2022.05.04 18:59

[취재후 Talk] 급하게 열린 정몽규 HDC 회장의 기자회견…퇴출 막으려는 안간힘?

4일 서울 용산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열린 광주화정동 아이파크 사고수습관련 추가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몽규 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늘 오전 10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후속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붕괴된 201동을 포함해 8개동을 모두 철거하고,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참사 114일만에 나온 “전면 재시공”

참사 114일만으로 때늦은 감은 있지만, 그나마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당초에는 안전진단을 실시해 붕괴된 201동만을 재시공할지, 아니면 전면 철거할지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서 ‘전면 철거후 재시공’을 발표했습니다.

사건 직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버리고 그룹 회장으로만 남겠다고 했던 정몽규 회장이 직접 단상에 오른 것은 그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절박하다는 방증입니다.

정몽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고객에게 안전과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전문제로 회사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어떤 손실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겁니다.

앞서 국토부는 징계권자인 서울시에 사실상 현대산업개발의 건설 면허를 취소해 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대산업개발은 간판을 내려야 하고, 면허를 다시 취득할 때까지는 신규 사업 수주도 불가능해집니다.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면허 취소는 아니더라도 영업정지 1년은 맞을 거란 얘기도 나옵니다.

■ 정몽규 회장의 기자회견, 왜 갑자기 열렸나?

업계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거센 비난과 입주 예정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사고가 난 동만 재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건설 면허 취소까지는 가지 않기 위해 급하게 조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오늘 오전 10시에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개최 사실을 2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에 기자들에게 알렸습니다. 그것도 문자나 전화가 아니라 일괄적으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 시간에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은 기자들은 기자회견 개최 사실 자체를 몰랐습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사가 기자회견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촬영을 하지 못한 곳도 많았습니다. 기자회견이 어제 밤늦게 결정됐다지만, 급조된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정몽규 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앞서 붕괴 사고 유가족을 만났을 때도 이런 일이 재발한다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고, 공무원이 감옥에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미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붕괴사고에 이어 화정동 붕괴사고까지 두 차례나 큰 사고를 냈는데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는 뉘앙스로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조율된, 또는 급조된 기자회견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기자회견이었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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