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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7 취재후Talk] '낙태 찬반'으로 美 시끌…우리나라는?

등록 2022.05.07 19:28

수정 2022.05.07 20:21

[앵커]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이 낙태권을 두고 발칵 뒤집혔습니다. 낙태 문제, 우리는 괜찮을까요?

조 바이든 / 미국 대통령
 “(낙태권 보장을 뒤집는) 판결이 내려진다면 아주 과격한 결정이 될 겁니다.”

유혜림 기자, 낙태 문제는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는 문제이긴 하지만 특히 미국 사회에서의 낙태권은 정치권으로 맞물리면서 꽤나 오래되고 민감한 이슈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또 불거진 이유는 뭡니까?

[기자]
지난 2일이었죠.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찬반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데요. 대법원 청사 밖에서 밤낮으로 시위가 벌어지면서 펜스까지 쳐진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왜 논란이 되는 겁니까?

[기자]
국정운영의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지는 선거죠. 바로 중간 선거를 앞두고서 연방대법원 결정문 초안이 정치매체 ‘폴리티코’를 통해서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내용도 충격적입니다. 약 50년 만에 낙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뒤집혀질 위기에 처한 건데요. 공화당에서 지명한 대법관의 의견이 바뀌지 않으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무효화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민감한 시기에 전례 없는 방식으로 폭로되면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논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조 바이든 / 美 대통령
“11월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투표하라”

[앵커]
우리나라였으면 좀 선거개입 논란이 일었을 그런 발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일정 기간 안에는 낙태가 헌법으로 보장된 그런 상황 아니었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낙태를 허용해왔습니다. ‘제인 로‘라는 가명을 쓴 여성은 성폭행을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자 텍사스 주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는데요. 당시 연방 대법원은 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도록 판결을 내렸습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낙태권을 보장한 기념비적 판결이었는데요. 이후 49년 동안 이 법을 근거로 낙태를 허용해 왔습니다.

[앵커]
유출된 내용대로 판결이 난다면, 거의 50년 만에 대법원 입장이 달라지는 건데, 자, 우리나라 상황을 안 짚어볼 수가 없겠죠. 현재 우리나라는 임신 중절이 합법입니까 불법입니까?

[기자]
사실, 합법도 불법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법을 보완해야 하는데 정부는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에는 입법 공백으로 법이 없는 그런 상태인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앵커]
그러면 병원에서는 현재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기자]
저희가 취재를 해봤는데요. 기본적으로 기존에 있었던 모자 보건법을 토대로 현장에서 병원들이 각각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몇 주까지 수술을 허용해 주는지에 대해서는 병원마다 기준이 달랐습니다.

[앵커]
아, 그래요?

[기자]
이 때문에 수술을 해줄 병원을 찾지 못해서 시간이 소요돼 수술 적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미국에서는 우편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유산유도제도 우리나라에서는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사고파는 불법 거래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상 법이 없는 무법지대에서 이렇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오늘 내용 한 줄 톡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기자]
'논쟁이 만든 안전 사각지대'로 하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낙태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들을 안전하지 않는 수술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이미 위헌 판결을 내린 만큼 사각지대에 놓인 낙태 수술을 이제는 법적 테두리 안으로 들여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헌재가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은 갑작스러운 무효화가 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으니 보완책을 마련하라는 건데 그 주어진 시간 동안 정치권이 마련하지 못 한 것은 직무유기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오늘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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