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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때아닌 '채널A 사건' 진실공방…"안물안궁" 검사들 반박 이유는?

등록 2022.05.13 17:21

수정 2022.05.13 17:55

[취재후 Talk] 때아닌 '채널A 사건' 진실공방…'안물안궁' 검사들 반박 이유는?

/ 조선일보DB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있던 지난 9일. 검찰 내부망에는 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작성자는 김관정 수원고검장. 주제는 ‘채널A 사건’입니다.

김 고검장은 채널A 사건 수사 당시 주무부서인 대검 형사부 부장이었습니다. 본인을 ‘이 사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도 소개한 이유입니다.

 

[취재후 Talk] 때아닌 '채널A 사건' 진실공방…'안물안궁' 검사들 반박 이유는?
김관정 수원고검장 / 연합뉴스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채널A 수사 일지'

김 고검장은 “박영진 부장검사(前 대검찰청 형사1과장)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다고 하기에 고민과 상의 끝에 결정하였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 고검장은 자신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중앙지검 수사팀 사이 ‘중간 전달자’였다고 표현했습니다. 또 “가능한 사실만 기재했고 법무부 감찰에도 이 일지를 제출했다”며 일지가 객관적이라고 재차 강조합니다.

이 글에는 “고검장의 품격을 고민해달라”는 점잖은 반응부터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 등 후배들의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모두 실명으로 작성된 댓글입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후배 검사들이 이렇게까지 반발했을까요?

 

[취재후 Talk] 때아닌 '채널A 사건' 진실공방…'안물안궁' 검사들 반박 이유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중앙지검장 / 연합뉴스


■김관정 "균형자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vs 후배 검사들 "황희 정승급 균형감각이냐"

○서울중앙은 처음부터 수사경과를 보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고 형사부장(김관정 고검장)은 보고해달라고 거듭 요청
○6.2. 대검에 영장 청구사실 보고 없이 압수수색하며 이정현 당시 중앙 1차장이 대검 형사부장에게 유선 통보. 총장은 격노하면서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을 보고토록 지시

중앙지검이 대검에 보고도 없이 채널A 사건 압수수색을 강행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격노했다는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총장 말 안 듣는 중앙지검을 달래려 노력했다는 겁니다.

○6.23~25 수회에 걸쳐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시기를 늦추자고 총장에게 건의하였으나 거절
○7.1. 형사부장, 기조부장, 차장 3명이 같이 총장에게 특임검사 보고. 총장 단호히 거절

윤석열 총장도 대검 간부들 말을 안들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전문수사자문단 회부를 늦추자고 말해도, 특임검사라는 대안을 보고해도 윤 총장이 고집 피웠다는 겁니다.

당시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인사들도 김 고검장의 주장이 틀린 점이 없다고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김 고검장의 일지나 관계자 증언을 보면 윤 총장과 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에서 '중간 전달자' 역할을 한 김 고검장의 균형감각은 평가할 부분이 있습니다.


■일지 공개에 후배들 “안물안궁”…왜?

○6.17. 형사부장은 보안을 위해 1과장, 2과장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다가 보고서 주면서 각자 의견 작성해보라고 하였음

○6.18. 형사 1,2과장에게 이동재 기자가 보낸 편지를 제공하면서 재검토 지시, 모두 혐의 인정 어렵다고 의견개진

채널A 사건 수사를 시작은 4월 말. 김 고검장이 형사부 후배 검사들에 자료를 준 건 6월 중순입니다. 1달 반이 넘도록 자료를 쥐고 있었다는 겁니다.

 

[취재후 Talk] 때아닌 '채널A 사건' 진실공방…'안물안궁' 검사들 반박 이유는?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 연합뉴스


대검 형사1과장이었던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김 고검장이 한 방향으로만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을 용인하고 편들지 않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습니다. ‘중간 전달자’였다는 김 고검장 주장을 반박한 겁니다.

당시 대검 형사부에 근무했던 검사도 “김 고검장이 계속해서 죄가 된다고 주장했는데 막상 증거를 살펴보니 혐의 인정이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이제와서 부끄럽게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26기 최초 고검장 승진…쓸쓸한 퇴장

지난 정부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사법연수원 26기 최초로 고검장으로 영전한 김 고검장.

그는 지난 11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퇴임 전 후배들과 오찬도 추진했지만 취소됐습니다. 후배들이 김 고검장과의 식사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지난 정부 5년. 김 고검장의 커리어는 빛났지만, 퇴장은 다소 쓸쓸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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