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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고개 숙인 공수처장 "신생 축구팀인데 억울·오해·섭섭"

등록 2022.05.17 15:24

수정 2022.05.17 15:40

[취재후 Talk] 고개 숙인 공수처장 '신생 축구팀인데 억울·오해·섭섭'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고개 숙인 김진욱 "신생 축구팀, 팀워크 문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16일 오전 10시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공식석상에 나선건데, 취임 이후 두 번째 기자 간담회입니다.

여운국 차장 등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 처장은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처장은 공수처의 인력 부족과 경험 부족을 신생 축구팀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공수처장은 감독, 차장은 코치"라며 "잘하는 선수를 여기저기서 모았는데 팀워크가 문제"라고도 했습니다.

1시간 40분간 이어진 이날 간담회에서 김 처장은 부진한 수사 성과와 통신사찰 논란, 정치적 중립성 등 각종 논란과 관련해선 인원과 예산 부족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이어갔습니다.


■'尹 고발 수사'에 말아껴…사퇴설은 일축

공수처에는 '판사 사찰 문건' 등 윤석열 대통령이 입건된 주요 사건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에는 '내란 혹은 외환' 혐의가 아니면 재직 중인 대통령을 형사소추할 수 없게 돼 있는데요, 김 처장은 수사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수사 의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김 처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생겼지만 윤석열 정부로 바뀌었다"면서 "정부가 어떻게 바뀌든 여야가 바뀌든 상관 없이 사명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누구보다도 이해가 높으시다고 본다"면서 사퇴 의사가 없음을 에둘러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을 입건하고, 당선 뒤 일부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게 '정치 수사'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선거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수사 결과를 가지고만 있다면 더 큰 문제"라며 "수사가 다 끝났기 때문에 고발 사주 사건 등이 마무리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후 Talk] 고개 숙인 공수처장 '신생 축구팀인데 억울·오해·섭섭'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난해 3월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인근 도로에서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인 검은색 제네시스에서 내리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


■이성윤 관용차 제공엔 "경솔했다"면서도 "독립청사 절실"

TV조선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이성윤 고검장의 에스코트 특혜 조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처장은 공수처 청사의 위치가 문제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습니다.

김 처장은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자신의 관용차를 보내 출석하게 해 '황제조사'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김 처장은 "특혜로 보일 수 있어 지극히 조심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송구하게 생각하며 경솔했다"면서도 "독립기관인 공수처가 행정부 청사가 모인 과천청사 한가운데 들어온 것은 상당한 모순"이라고 수차례 말했습니다.

또 "공수처법 시행에 맞추느라 독립 청사도 없는 유일한 수사기관이 됐고 과천청사 5동의 2개 층에 급히 입주하는 바람에 수사 보안 문제도 심각하다"며 "사건 관리 업무도 수기로 처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누군가 조사 받으러 올 경우 민원동에서 출입증을 받아 따로 떨어진 공수처 청사까지 걸어오는 사이 신원이 노출돼 수사 보안이 어렵다는 건데, 독립청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근거로 내세운 겁니다.


■기자 통신사찰엔 "법원이 영장 발부…억울·오해·섭섭"

기자 통신사찰 논란과 관련해서도 김 처장은 일반적인 수사 기법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 처장은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모르는 전화번호에 대해 그 가입자의 이름, 주소 등을 확인하는 기초 조사"라며 "이건 미행하거나 하는 사찰이 될 수 없다. 대상을 몰라서 전화번호 주인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이에 공수처에서 여러 논란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김 처장은 "상당히 오해받은 것도 많고 억울하고 섭섭하기도 하다"고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김 처장은 또 책임을 법원에 돌리기도 했는데요.

"기자는 고위공직자가 아니어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아니지만, 수사대상의 상대방은 될 수 있다"면서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줬다"고 했습니다.

책임을 평검사 등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도 나왔습니다.

김 처장은 "수사2부장이나 수사3부장은 아무 상관 없다"면서 일선에서 별다른 지시 없이 통신조회를 했다는 뉘앙스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검사 13명이면 충분하다더니 "인력 부족이 원인"

김 처장은 이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인력 부족 등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김 처장은 수차례 인력난이 문제라고 했는데요,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가 7000명이 넘지만, 공수처 검사는 23명 수준으로 최근 개청한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세자리 숫자, 그게 안 된다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원안은 최소한 돼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며 "평검사가 아무도 공수처에 지원하지 않는 것도 제도적인 문제"라고 했습니다.

1년전 지난해 4월 19일, 김 처장의 출근길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과연 검사 13명으로 수사가 가능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 처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김 처장은 "13명 가운데는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이 많은데, 세상을 바꾸지 않았느냐"면서 "공수처도 13명이다. 13명이면 충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보다 공수처 검사들이 훨씬 양호하지 않나"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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