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등록 2022.06.16 21:51

수정 2022.06.17 10:52

"돌아와, 돌아와.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와" 

비틀스가 마지막 노래 '겟 백'을 런던 건물 옥상, 마지막 공연에서 부릅니다. 그리고 1년 뒤 해체되지요.

하지만 이 다큐를 보면 이미 1년 전에 금이 가고 있었습니다.

"(레논이) 요코와 비틀스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요코이겠지"

비틀스의 해체에는 여러 이유가 꼽히지만 폴 매카트니는 "존 레논이 요코와 함께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했던 게 진짜 이유"라고 했지요. 그래도 멤버들은 각자 활동하며 열여섯 곡을 빌보드 1위에 올렸습니다.

밴드나 그룹의 해체는 대개 불화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그런데 서태지와 아이들이 밝힌 해체 이유는 '창조의 고통' 이었습니다. "음반과 안무 창작은 살이 내리고 뼈를 깎는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고백했지요. 

비틀스에 비견되는 팝 그룹 BTS가 '다이너마이트'처럼 터뜨린 그룹 활동 중단 선언이 세계를 충격과 상심에 빠뜨렸습니다. "해체가 아니라 잠시 쉬며 각자 활동하겠다"지만 멤버들이 털어놓은 속사정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해체로 가는 수순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옵니다.

당장 내년부터 군입대가 시작되면 일곱 명이 함께 서는 공연은 한동안 볼 수 없겠지요. BTS의 지난 9년은 '피와 땀과 눈물'의 세월이었습니다. 끝없이 무한궤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였습니다.

멤버들은 모든 힘이 소진된 '번 아웃'을 토로했습니다. "데뷔 이후 한 번도 재미가 없었다" "억지로 쥐어짜고 있다" "뭔가 계속 찍어내야 하는 기계"라고 했습니다.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었다"는 암담한 심정이 신곡에 담겼습니다.

"다들 언젠가부터 말하네. 우릴 최고라고. 온통 알 수 없는 이름들. 이젠 무겁기만 해"

멤버들은 고통과 좌절의 근원으로, 자신들을 한시도 놓아두지 않는 K팝 시스템을 지목했습니다.

사실 기획사 방시혁 의장은, BTS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합리적 계약을 맺어 K팝 공식을 깨뜨리는 행보로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었지요. 하지만 상장 후 회사가 급격히 커지면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짧은 시간에 밀어붙이는 성장주의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BTS는 K팝의 빛이자 그늘이었던 겁니다.

"우리가 행복하게 얘기하고 행복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그게 제가 원하는 전부예요"

울먹이며 토해낸 그 소원은 제 가슴에도 무거운 돌처럼 얹혔습니다. 다들 따스한 시선과 슬기로운 지혜를 기울여 BTS가 행복한 얼굴로 함께 돌아오기를 세계가 기원하고 있습니다.

6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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